베이징 사는 외국인이 본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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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베이징에서 3년 이상 체류 중인 서방 프리랜서들의 눈에 비친 베이징 올림픽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중국은 최선을 다해 올림픽을 준비했고, 무사히 대회를 치렀지만 언론 규제와 중국 관중의 기대 이하 매너 등 중국의 한계 또한 드러냈다는 것이다.

○…세리즈 팜(27·프리랜서 TV 에디터·캐나다)=지난 3주 동안 중국은 ‘덩치만 큰 아이(junior high kid)’처럼 행동했다. 개막식에서의 5000년 역사 과시, 맹렬한 메달 사냥 등 중국은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하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이었다. 중국은 역대 최다 금메달을 따 의기양양해하지만 ‘금메달=강대국’이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나이를 부풀렸다는 의심을 받는 중국 여자체조 선수들의 경우는 규정을 지키며 경기를 하는 것보다 국가적 자부심과 메달이 더 중요하다는 비뚤어진 사고를 보여 준다. 경기장에선 또 어땠나. 중국 관중은 뚜렷한 이유 없이 상대 팀을 야유했다. 이처럼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이겨야 하고, 표면상 탈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중국이 강조하는 ‘평화적 굴기’란 말인가.

○…니콜 팡(25·프리랜서 작가·미국)=‘보안 올림픽’이란 냉소를 받으면서까지 철저하게 진행된 인터넷 검열과 언론 규제는 중국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었다. 또 올림픽이 끝나면 베이징은 다시 스모그로 꽉 찬 ‘그레이징(회색 베이징)’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이 중국과 베이징을 변화시킨 점은 인정해야 한다. 향상된 시민들의 영어 능력, 친절한 자원봉사자, 호의적인 식당 종업원 , 깔끔하게 단장된 거리 등 베이징은 국제도시로서의 이미지를 확립했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보여 준 5000년 역사의 파노라마는 중국과 외부 세계의 접속을 강조했다. 중국은 최선을 다했고 국제사회에 ‘차이나’를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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