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식용쌀 수입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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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 곡물수입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주요 곡물의 국제가격이 급격한 등귀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식용쌀의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쌀정책이 다시 논쟁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UR)농산물 협상의 결과 최소시장접근(MMA)방식에 따라 95년 35만섬,올해 44만섬의 쌀을의무수입하기로 돼있지만, 쌀수입이 생산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입물량 전량을 가공용으로 돌리고 식용쌀은 국내에서 자급한다는 정책방향을 추진해왔 다.
만약 올해 식용쌀 수입이 이루어진다면 지난 80년의 냉해(冷害)로 인한 대흉작으로 83년까지 1천8백96만섬이 수입된 이래 13년만의 일로서 쌀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요구될 수밖에 없다.다만 쌀이 오늘날의 우리 경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용 내지 위치가 80년대 초와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쌀문제는 어디까지나 경제문제의 차원에서 다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쌀부족문제는 90년대에 접어든 이래 통일계 품종의 재배중단과급진전되고 있는 쌀재배면적 감소로 빚어진 구조적 문제에 속한다는 점에서 단기응급대책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
우리의 쌀재고량은 90년 1천4백6만섬에서 95년 4백72만섬,올해 2백78만섬(추정)으로 크게 줄었다.이는 벼재배면적이90년 1백24만㏊에서 95년 1백5만㏊로 크게 줄어 쌀생산량이 90년 3천8백93만섬에서 94년 3천5백1 3만섬,95년3천2백60만섬 수준으로 크게 감소한 때문이다.
쌀재고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요인으로는 93년 양정개혁의 일환으로 7백여만섬의 정부보유 통일계 고미(古米)를 가공및 주정용으로 처분한 것을 들 수 있다.
국내생산자 입장에서 볼때 올해 쌀 의무수입량 44만섬 가운데상당한 물량이 당초 정부방침과는 달리 가공용 아닌 식용으로 도입된다는 사실을 식용쌀 자급정책에 대한 궤도수정으로 인식할 경우 커다란 경악과 충격으로 나타날 수 있다.다만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응급대책이라고 한다면 그 불가피성은 인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올해 쌀수입을 식용으로 할 것인가,가공용으로 할것인가 하는 단기적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 쌀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갈 것인가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여건인식으로는 우리의 주식인 자포니카쌀의 세계수급에 비춰볼 때 식용쌀에 관해서는 역시 자급지향적인 정책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잠재적 공급국인 중국 북부지방,미국 캘리포니아지역,호주의 관개지역 등이 모두 안정공급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자포니카쌀의 세계교역량 연간 2백만에다 우리 주곡의 안정공급을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내쌀 수급안정은 근년 쌀재배면적의 급격한 감소 원인을 올바르게 진단하는데서 찾아져야 한다.구체적으로 논의 타작물 재배확대및 비농업목적 전용확대와 벼재배의 상대적 수익성악화에 그 근본원인이 가로놓여 있는 것이다.
비단 쌀부족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정된 규모의 농지를 어떻게 효율적.체계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려가 국토이용관리법이나 농지관련법령의 정비과정에서 보다 사려깊게 다뤄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농업진흥지역 안팎을 포함한 농지이용 관련규제완화시책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양곡관리 측면에서는 정부와 민간시장간 역할분담의 적정화에 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서민가계의 안정을 위한 「표준미」의 수급안정과 흉풍에 대비한 약 2개월 소비량 규모의 공공재고의 유지관리를 제외한 유기재배쌀,경기미,기 타 양질미의가격형성은 민간시장에 맡기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영일 서울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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