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건설 차질에 대한 문제점과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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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부고속철도는 사실 출발이 순조롭지 못했다.
건설 필요성이 제기된 이래 확정될 때까지 거의 10년이나 걸렸다.또 확정되고 나서도 일부 정치권.전문가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한편에서는 「경제성」을,또 한편에서는 지역불균형을 더욱심 화시킨다며 「형평성」을 문제삼기 일쑤였다.
이런 와중(渦中)에 정부는 신공항건설 등 다른 대형 프로젝트와는 달리 「특별법」도 없이,경제성을 따지는 사람들을 의식해 「가능하면 싼 방법」으로 계획을 서둘러 수립했다.「총공사비 5조8천억원,1998년 완공」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당초계획은 그렇게 탄생됐다.
그러나 이 계획은 2년도 안돼 수정이 불가피했다.정부는 93년6월 준공연도를 「2001년으로 3년 늦추고,공사비를 4조8천9백38억원 증액하면서 서울.대전.대구의 지하역사를 지상으로바꾸는 수정계획」을 발표했다.
공기(工期)는 착공후 7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시험구간(천안~대전)은 93년에 착공하고,94년에는 전구간을 동시에 착공해 2002년초에는 개통하겠다는 약속도 했다.재원은 정부재정으로 45%,나머지는 공단이 자체조달하는 방안.이대 로 된다 하더라도 경부고속철도 개통은 계획보다 2년이상 늦어지게 돼 있는것이다. 이 확정안은 그러나 대구.대전의 지상.지하 역사(驛舍) 논쟁을 자초,지하역 건설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던 교통부.공단이 의외로 쉽게 정치권 결정에 「굴복」하면서 다시 파장이 시작됐다.그동안 다소 잠잠해지던 서울시의 용산역,경주통과노선 ,부산역 고가화 등 지방자치단체.관련단체 등의 반발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한편으론 노선이 통과하는 대부분 도시는 「고속철도역 신설」을 요구하고 나섰다.건설비의 상당부분을 부담해야 하는 공단이 제시하는 「역세권 개발계획」을 반대하며 개 발이익을 좀 나누자는 지자체도 생겼다.
고속철도공단은 요즘 공사중 부닥치는 각종 민원을 해결하느라,또 굵직한 도시의 반발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다.당초 너무 졸속으로 결정한 「노선.역」의 후유증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처음부터 여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정밀계획을 세웠더라면 지금과 같은 낭패는 없었을 것이라는게 중론.공사를 해가면서 민원을 해결하는 방식은 「낭비」가 많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제라도 「비상대책」을 강구하며 종합대응을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너무 공기를 의식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의견을 적극 수렴하고,사회적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선을 포함해 원점부터 새로운 계획을 짜야 한 다는 생각이다.
음성직 교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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