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예술영화 재능 없어” 상업영화로 큰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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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사진= 김성룡 기자

“흔히 시각효과만 강조하게 마련인 괴수 영화에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세 장편을 모두 봤는데, 한국적인 요소를 참 잘 표현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합작으로 영화 ‘괴물’의 중국판 속편을 만들게 된 닝하오(31·寧浩·사진)감독이 서울을 찾았다. 20일 개막한 ‘시네마 디지털 서울’(CinDi)영화제에 초청된 자신의 신작 단편 ‘기적세계’를 들고서다. 닝하오는 중국 상업영화의 신세대 대표주자로 꼽히는 감독이다. 2년 전 300만 위안(우리돈 약 4억6000만원)의 저예산으로 만든 블랙코미디 ‘크레이지 스톤’으로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큰 성공을 거뒀다. 장이머우·첸카이거 등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선배 감독들이 예술영화로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과 좀 다른 이력이다.

닝하오는 “처음에는 나도 예술적인 목적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영화제에서 별 성과가 없었다(웃음)”며 “예술적 안목도 부족하고, 주변에서도 나더러 상업영화를 하라고 하더라”고 겸손을 섞어 말했다.

‘크레이지 스톤’은 ‘향’‘몽골리안 핑퐁’에 이은 그의 세 번째 장편이다. 앞서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도 활동했고, 학창시절에는 미술-사진-영화로 전공을 바꾼 독특한 이력이 있다.

그는 “내 꿈과는 좀 달라지는 게 내 인생”이라며 “화가를 꿈꾸다 재능이 모자란 것 같아 영화로 바꿨는데, 예술영화에 재능이 모자라 상업영화를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어린시절에는 엉뚱하게도 “조폭이 꿈”이었단다. “학교에서 괴롭히는 아이와 괴롭힘 당하는 아이 가운데 괴롭히는 쪽이 되고 싶었다”는 뜻인데, 역시나 “용기가 없어(웃음) 그림으로 꿈을 바꿨다”고 했다.

그는 나이로도 앞서의 중국 감독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신세대다. 중국정부가 ‘1가구 1자녀’의 산아제한정책을 도입한 70년대말 태어났다. 현재 중국 젊은이들의 주류를 이루는 외동 아이들의 첫세대다. 최근 장이머우 감독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맡은 것을 두고는 “워낙 책임감이 강한 분이라 당연히 잘 할 줄 알았다”며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LA주지사를 하듯, 본업과 좀 다른 일에 도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 경주를 소재로 한 신작 ‘은메달리스트’를 중국에서 올 연말 개봉할 예정이다. 곧이어 중국의 서부를 배경으로 한 로드무비 ‘무인구’(無人區)도 촬영에 들어간다.

이번 방문에서도 한국 영화관계자들과 다양한 만남을 바쁘게 이어갔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미술감독을 만났는가 하면,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의 촬영현장을 방문해 송강호 등 배우들과도 만났다. 22일 오후에는 이번 영화제의 관객들 앞에서 봉준호 감독과 공개좌담을 한다.

‘괴물’의 중국판 속편은 내년에 촬영될 예정이다. 속편은 중국을 배경으로 전개되며 전편과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현재 작업중이다. 

글=이후남 기자, 사진=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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