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핵실험금지조약 이뤄질까-중국.인도만 동의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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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팍스 아토미카(Pax Atomica).핵(核)억지력에 의한 「공포의 균형」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냉전(冷戰)시대의 역설(逆說)이다.그러나 냉전시대의 종언과 함께 지구촌은 이제 과거의 역설을 뒤집고 「핵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지구」를 향한 새 교두보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지난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무기한 연장된 이후 동남아.아프리카 국가들이 잇따라 비핵지대화를 선포했고 지난 13일부터는 제네바에서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 협상이 재개됐다.CTBT 협상이 계획대로 올 6월 협정안을 마련,9월 유엔총회에서 각국의 서명을 받는다면 인류는 91년 미국과 옛 소련이 역사적인 제1차 전략핵무기감축조약(START 1)에 조인한 후 5년만에 또 한번 역사적인 새 장(章)을 열게 된다.이번 CT BT 협상의 쟁점.전망과 함께 ▶비핵지대 확산▶핵개발 의혹국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편집자註] ◇전망=CTBT 협상의 열쇠는 현재 중국.인도 등 「핵 후진국」들이 쥐고 있다.컴퓨터에 의한 모의핵실험(시뮬레이션)을 제외한 모든 지하.지상핵실험과 핵폭발을 금지하자는 협상안에 중국과 인도가 이견(異見)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중국은 최근 「입장변화」 가능성을 비쳤고 인도도 「연내 조인」 방침을 계속 밝히고 있어 극적인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3월까지의 물밑교섭 결과 중국.인도를 뺀 대부분의참가국들은 연내 전면핵실험금지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그간 어정쩡한 입장이던 러시아도 지난 4월 모스크바 핵안전 정상회담에서연내 타결 지지성명을 냈다.
CTBT 협상이 타결되면 지구촌의 비핵화 문제는 고농축 우라늄 등 군사용핵물질규제조약(Cut-Off Treaty)으로 옮겨지게 된다.
◇중국=「총론에는 찬성하나 각론은 반대」라는 입장.CTBT 연내 타결은 지지하지만 토목공사와 댐 건설,지하자원 개발 등을위한 핵폭발은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핵실험의 목적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지진파 등 국제감시시스템(IMS) 으로 가려낼 수 있다는 논리도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13일 처음으로 입장변화를 시사했다.사쭈캉(沙祖康) 유엔군축회의 중국대사가 『종전의 요구에 신축성을 보일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그러나 중국이 본격협상에 들어가면서 순순히 양보할 지는 의문이다.
중국은 협상 결과에 관계없이 올해 모의핵실험 데이터 확보를 위해 이달말부터 세차례 정도의 핵실험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인도=인도가 조약 전문(前文)에 핵 강대국들의 핵무기폐기 기한을 넣자고 나선 것도 변수다.핵군축 차원에서 CTBT협상이 시작된 만큼 핵의 완전폐기를 보증하지 않으면 서명을 거부할 태세다.핵주권론을 내세운 힌두인민당(BJP)이 지난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인도는 종전보다 더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핵질서 불평등론」을 내세운 인도의 입장에는 이란.말레이시아 등 일부국가가 동조하고 있다.
◇핵 강대국=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와 서방국가들은 중국.인도의 입장에 모두 반대하고 있다.
중국의 주장처럼 평화적 핵폭발을 인정하면 결국 비핵국가에 핵개발의 빌미를 준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평화적 핵폭발을 군사용 핵실험과 기술적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점도 내세운다.한마디로에너지를 방출하는 모든 종류의 핵실험.핵폭발을 금지(Zero Yield)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비핵화를 최대 외교목표로 삼고 있는 빌 클린턴 미 행정부는 특히 단호하다.인도의 주장에 대해선 『핵무기 감축은 별도의 교섭창구를 통해 핵보유국끼리 논의할 사안』이라고 일축하고있다. ◇한국=가능한 한 빨리 전면핵실험금지가 이뤄져야 한다는입장이다.92년 1월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이 발표됐지만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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