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도시 건설 부동산 경기 침체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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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대구시 봉무동의 신도시 ‘이시아폴리스’ 건설 현장에 잡초가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상·하수도 등 일부 기반시설 공사만 진행되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18일 대구시 봉무동의 신도시 ‘이시아폴리스’ 건설 현장. 흙을 실은 트럭 2∼3대가 지나다닌다.

단지 내 기반시설인 상·하수도 관로 공사장을 오가는 차량이다. 이곳을 제외하면 100만㎡가 넘는 현장 대부분은 썰렁하기만 하다. 무릎까지 오는 잡초가 곳곳에 자라 있다. 올 1월 착공한 이시아폴리스의 모습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도시 건설이 지지부진하다. 아파트 분양이 연기되고 산업·상업 용지의 분양 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주거·산업·상업 용지를 갖춘 대구의 상징적인 신도시가 조성 초기부터 표류하고 있다. 일반 아파트 건설 현장도 마찬가지다. 사업 승인을 받고도 분양하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부동산 경기에 발목 잡힌 신도시=㈜이시아폴리스는 최근 신도시의 아파트(주거지역) 분양을 내년 3월로 연기했다. 애초엔 10월 분양키로 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자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분양 물량은 3583가구. 이시아폴리스는 아파트 분양에서 올린 수익금으로 신도시의 산업시설지역(16만5000㎡)과 상업지역(18만6000㎡)을 싸게 분양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신도시의 완공 예정도 2012년에서 다음 해로 미뤄졌다.

아파트 분양 연기로 이시아폴리스의 부담도 늘고 있다. 지금까지 신도시(117만6900㎡)의 토지·건물 보상금과 기반시설비로 2500억원이 투자됐다.

사업 차질로 매일 5500여만원의 금융 비용 손실을 입는 셈이다. ㈜이시아폴리스는 포스코건설을 주관사로 9개 업체가 80%를, 대구시가 20%를 출자해 만든 회사로 1조3000억원을 들여 신도시를 건설한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다. 내년 봄까지 아파트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분양이 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시아폴리스는 지난 5월부터 산업용지를 분양하고 있으며 다음달 상업용지를 분양할 예정이다.

◇“분양 못한 아파트도 1만7000여 가구”=대구시 수성구의 한 재건축단지. 인도 옆을 따라 길게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다. 펜스 안에는 집을 철거할 때 남은 벽돌 조각과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다. 주민들은 “밤이면 고양이가 들끓어 못살겠다”고 하소연한다.

이 아파트 단지는 2년 전 아파트 사업시행 인가(사업승인)를 받았지만 아직 분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수성구 관계자는 “우리 구에만 사업승인을 받고도 분양을 미루는 곳이 10개 단지 3000여 가구나 된다“며 “대부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길 기다린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사업승인은 받고도 분양하지 않은 아파트는 30개 단지 1만7598가구에 이른다. 분양했지만 팔리지 않은 미분양 아파트 2만801가구(6월말 기준)를 합치면 3만8399가구다.

대구시는 최근 정부에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 면제 등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도환 대구시 주택행정담당은 “지방의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면 수도권과는 다른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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