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저CO2 녹색 성장’을 이루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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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미국 지구정책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의 말처럼 현재 지구라는 위성은 전시 상황을 맞고 있다.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과거 100년 동안 전체 지구 평균기온이 0.74도 상승했지만 한국은 1.5도나 상승해 심각성이 더하다. 도시화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한반도는 기후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연간 약 6억t의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가운데 6위에 해당한다. 1990년 대비 배출량은 두 배로 늘었다. 에너지를 다량 소비하는 중화학공업 위주의 산업구조와 최근 급증하는 자동차 연료 소비로 인해 한국은 지구온난화 측면에서 환경친화적이지 못한 국가가 돼 점점 이단아 취급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저이산화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국가의 지향을 선언했다. 과거 산업발전의 저해 요소로만 여기던 것을 미래의 성장동력원으로 삼자며 발상을 뒤집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 수송용 연료 사용 증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미비, 국내 대체에너지 자원의 한계, 관련 기술개발의 낙후 등 전반적 인프라는 매우 취약하다. 더욱이 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일반 시민의 인식도 매우 낮고, 산업계의 대응 노력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CO2 저감을 위해서는 산업 체질의 개선, 에너지 수요 감소가 선행돼야 한다. 기존의 태양광·풍력 외에 에너지 활용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 매스·유기성 폐기물·생활폐기물을 에너지로 적극 이용해야 한다. 현재의 신재생에너지 비율 2.5%를 2050년 20%로 확대한다고 했으나 목표를 좀 더 과감하게 내세울 필요도 있다.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산지 일부를 순환 경작하거나 간벌목을 수집해 연료용 목재를 확보하고, 새만금 지역의 농지나 버려진 매립지·나대지를 연료 작물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봄 직하다. 이런 것들은 농어촌 대책, 청년실업문제 등과 연계해 새로운 판도로 이어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 기후변화대책이 여러 번 발표됐지만 전문가와 국민은 실망을 거듭해 왔다. 정부 부처 간에 영역 다툼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제대로 된 기본 법률 하나 만들지 못했고, 중장기 온실가스 저감 목표도 정하지 못했다.

환경문제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제와 정책적 목표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를 산업담당 부처가 다루는 상황에서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환경담당 부처는 적정한 목표를 세우고, 산업담당 부처는 이를 충족하기 위해 공정 개선, 대체에너지원의 적용 같은 수단을 강구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자발적 노력이 사회운동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이 부분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의 특성상 국민들이 정당하다고 받아들이는 논제에 대해서는 외국에서 볼 수 없는 국민적 호응이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기후변화 대응책과 이를 국가경쟁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작은 노력들을 국민적 운동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수적이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수송용 연료에 붙은 교통에너지환경세를 환경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각종 금융제도를 활용한 이산화탄소 시장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이번에 발표된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 정책은 원론적으로 타당하고 바람직하지만 또 다른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몇 단계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부터라도 전력 질주하지 않으면 추월하기는커녕 따라가지도 못할 것이다. 사회 전반의 행동양식을 바꾸고 기업의 생산활동 방식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정부의 강력한 목표 설정과 실천 위주의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만 가능하다. 정부만의 의욕을 앞세운 정책이 아니라 산업계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게임이 되기를 기대한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교수·환경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