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마구잡이 예방접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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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3일 오전11시 서울강남구 K의원.朴모(6)양이 지난해에 이어 일본뇌염 예방주사를 맞으러 어머니와 함께 찾아갔다.의사 金모씨는『과거에 부작용은 없었느냐』고 한두마디 물어본뒤 朴양을주사실로 보낸다.일본뇌염 예방주사는 2년에 한번 씩 맞아야 하지만 이를 확인하는 것은 잊어버린 듯했다.잠시후 간호사는 떨고있는 朴양의 왼쪽팔에 주사를 놔주었지만 예방접종 내용을 기록하게 되어 있는 아동수첩은 펴보지도 않은채 내보냈다.
일본뇌염.폐렴.유행성출혈열.뇌수막염 등의 예방주사 접종이 마구잡이로 시행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예방접종이 의료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반면 대상자가 많아 병원측이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으나 의료사고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본뇌염 예방접종의 경우 94년에 부작용으로 4명이 목숨을 잃은데다 대한소아과학회 연구 결과 약효가 2년이상 지속되는것으로 밝혀져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 지침으로 2년에 한번(첫 접종만은 2년 연속 3회)맞도록 하고있다.그러나 본 사 취재팀이 서울시내 10개 소아과 의원을 조사한 결과 3곳만 격년(隔年)접종 지침을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일본뇌염 예방접종(접종비용 1인당 8천~9천원)은 지난해 만3세에서 15세 사이 4백81만명이 맞았었다.
또 일산신도시 J소아과등 여러 곳에서는 65세 이상의 고령자나 항암치료 등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만 맞히는 폐구균백신을 감기예방용 「폐렴 백신」이라며 건강한 아이들에게까지 권하고 있었다.
유행성출혈열 백신의 경우에는 아직 효과가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고,발병신고도 지난해 89건(사망 2명)에 불과하지만 매년 어린이등 80만명 이상이 맞고 있어 약효에 대한 보다 정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
이 백신과 일본뇌염 백신을 비슷한 시기에 맞은 어린이가 부작용으로 숨진 경우도 있었다.
이밖에 여름철에 나타나는 무균성 뇌수막염에는 아직 세계적으로백신이 없으나 세균성 뇌수막염(국내 뇌수막염 원인의 10%미만)백신을 마치 모든 뇌수막염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권하는 병.
의원도 적지 않았다.
또한 복지부의 「예방접종 실행기준」에 따르면 의사는 미리 접종의 목적과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접종 후에는 아동수첩에 기록해 줘야 하나 대부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가톨릭대 의대 강문원(姜文元.내과)교수는 『정부에서 접종대상과 시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고 개인 접종기록을 초등학교등 입학시에 의무적으로 내도록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예방접종 재평가 사업을 벌여 올해안에 공청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일본뇌염 격년 접종지침 등을 지키지 않는 의원을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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