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정보고속도로' 구축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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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金부장,이 책은 말야 시골에서는 반응이 꽤 좋은데 서울에서는 왜 이 모양일까.일단 서울에 깔린 책을 지방으로 돌려.요즘에는 인터네트와 인문학에 관심이 대단한가봐.신간들 대부분이 그런 책이니까 한번 연구해 보도록.』 몇개월후 예상되■ 각 출판사 사장실의 아침 풍경이다.
출판사의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사항인 재고파악과 독서 트렌드를 모닝 커피를 즐기면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추진돼왔던 출판계 「정보고속도로」의 실현이 가시화하고있기 때문이다.
출판유통회사인 뿌리와 날개.대한출판문화협회.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10일 모임을 갖고 컨소시엄 형태로 납입자본금 20억원 규모의 출판정보통신회사(가칭)를 6월말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 컨소시엄은 뿌리와 날개가 지금까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조만간 출판.서점.도매상 사이에 이뤄지는 모든 거래를 처리하는 컴퓨터망을 구축하게 된다.
운영상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5억원 투자로 지배주주가 되는 뿌리와 날개외에 출판계.서점계.서적도매업계도 5억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전국의 서점.출판사 등은 이 회사로부터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받고 매월 일정액의 사용료를 지불하면 된다.
뿌리와 날개 측에서는 이 시스템을 이용할 가입자를 초기에 3천여곳으로 잡고 있다.
출판물 유통 현대화를 이끌 이 회사가 본격 활동에 들어가면 과다 재고서적 등에 따르는 경비 등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뿌리와 날개에서는 이미 35만여권에 이르는 도서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고 있다.이 데이터베이스에는 국내에서 발행되는 서적이 거의 망라된다.새롭게 오르는 도서는 하루에 1백권 정도.출간 하루 뒤면 이 데이터베이스에 오 른다.
일반 독자들도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책 정보를 얻으려면 01410으로 하이텔에 연결한 뒤 「Book Net Korea」의 약자인 bnk를 치면 「뿌리와 날개」 초기화면이 뜬다.문학.인문 등 장르별로 나뉘어 서지사항이 소개된다.
앞으로는 신간중심으로 서평.책요약.책표지 사진으로까지 확대할계획. 이 작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출판종사자들의 일치단결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업계 종사자들이 유통현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세금 등 민감한 부분이 걸려있어 도서정보의 노출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또 다양한 이윤폭,복잡한 도서 유통경로,용어 등의 「표준화」작업도 선행돼야 한다.
이 회사의 설립준비위원인 도서출판 둥지의 황근식 사장은 『서점.출판계가 인식을 같이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면서 『출판시장 개방을 앞두고 우리나라 출판계 전체의 이익을 위해 지혜를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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