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의 明暗 비정규직] 下.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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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의 기술이나 숙련도 차이 때문에 임금 차가 난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30㎏짜리 자동차 시트를 하루 200개 넘게 옮기는 것 같은 힘든 작업은 비정규직이 도맡아 한다. 입사를 현대자동차가 아닌 하청업체로 했기 때문에 차이를 인정하지만 지금의 차별은 너무 크다."(현대차 사내하청노조 안기호 위원장)

"용접의 경우 국제기준에 따라 기능수준을 10단계로 나누는데 정규직의 경우 7단계 이상의 용접사 자격이 있어야 한다. 하청업체 직원은 천차만별이다. 자격증 있는 사람도 있지만 없는 사람도 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차별한다고 불평이지만 능력도 생각해야 한다."(현대중공업 정재헌 문화부장)

이처럼 비정규직에 대한 대우가 '차별'이냐, '차이'냐를 놓고 시각차가 크다. 이는 같은 질의 노동에 대해 같은 수준의 임금을 줘야 한다는 '동일노동 동일임금'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현재 비정규직의 처우는 차이가 아니라 차별"이라며 "차이는 인정할 수 있지만 차별은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업체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섞여 사실상 같은 일을 하는데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훨씬 못 미치는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균등처우 조항의 차별금지 사유에 '고용형태'를 추가하고 '동일사업장 내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지급'조항을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차별금지 대상에 외국인도 포함돼 있는데 비정규직은 빠져 있다는 것이다. 또 EU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조항이 법제화되는 등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재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동일노동.동일임금 요구에 앞서 정규직 내부의 동일노동.동일임금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따라서 노동계가 정규직 노조원들에 대해선 연공서열 임금체계를 내세우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논할 때 유독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주장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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