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없는 노인에 따뜻한 점심을-노점상 65명 숨은 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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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7일 낮 11시30분쯤 서울성북구안암동 개운산 꼭대기.컨테이너 박스로 된 허름한 가건물에서 『늴니리야…』하는 노래소리가 흘러나오자 기다렸다는듯 노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방시설 등이 꾸며져 20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공간이지만1백20여명의 노인들이 차례차례 된장국.고등어조림.참치찌개 등으로 된 점심식사를 맛있게 끝냈다.그렇지만 노인들은 2년이 다되도록 매일 드나들면서도 누가 점심을 제공하는 지 모른다.남 몰래 선행을 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인근 성신여대 주변에서 액세서리.카세트테이프 등을 파는 영세노점상들.94년6월 갈 곳없는 노인들이 돈이 없어 점심을 거른다는 얘기를 들은 상인 10여명이 뜻을 모아 「아름다운 사 회 만들기」라는 모임을 만든것이 계기였다.
급식대상은 영세민 취로사업에 나가거나 중풍에 걸려 어렵게 산을 찾는 노인들이 대부분.배식을 시작할 때 20여명에 불과했던노인이 소문이 나면서 금세 하루 평균 1백20여명으로 늘었다.
뜻을 함께 하는 회원도 계속 늘어 현재는 노점상인 65명과 후원자 21명이 한 달 경비 3백만원을 부담하고 당번을 정해 놓았다.매주 돼지고기 다섯근을 보내 주는 정육점 주인,한 달에두번 미용봉사에 나서는 주변 미용실 아줌마 등… .
「아름다운 사회 만들기」 회장 전용식(全龍植.38.노점상.서울성북구동선동)씨는 『형편이 어렵기는 하지만 노인을 모시는 일은 봉사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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