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 ‘충돌이냐 공생이냐’ 3인의 선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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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

김형오 국회의장(中)이 11일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원 구성을 마무리할 것을 당부했다. 왼쪽부터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김 국회의장,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중앙포토]

마주 달려온 여야가 끝내 충돌할지, 혹 막판 급선회로 공생의 길을 찾을지 가늠해볼 현장이다.

안건은 국회법 개정안이다. 정부조직 개편에 맞춰 국회 상임위의 명칭과 기능을 바꾸는 내용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18일 낮 12시까지 국회법 개정안을 해당 특위에서 처리해달라”고 요구해 놓았다. 본회의에 직권 상정할 수도 있다는 의사다. 한나라당은 “여야 3당이 이미 합의한 내용이니 처리하자”고 말한다. 민주당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전엔 원 구성을 위한 다음 단계는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이런 기류대로라면 18일 본회의는 충돌의 현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끝내 충돌할 것이냐, 아니면 벼랑 끝 극적 타협이냐는 이제 세 사람의 손에 달렸다. 김형오 의장과 홍준표 한나라당,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그들이다.

두 사람의 원내대표는 겉으론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홍 원내대표는 17일 “거여(巨與)의 독주라는 오명을 쓰기 싫어서 일방적으로 양보만 해왔는데 더 이상 떼쓰는 민주당과는 협상을 할 수가 없다”며 “(국회법 처리는) 3당이 합의한 내용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 몫의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단독으로 부분 원 구성을 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나름의 승부수다. 하지만 어찌됐건 국회를 굴러가도록 하는 1차적 책임은 여당 원내대표에게 있다는 게 그의 고민이다. 특히 단독으로 원 구성을 할 경우 이후 협상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의 사이클로 접어드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선 여론의 비난을 살 수도 있다. 그의 고심이 깊어가는 까닭이다.

진퇴양난에 빠져 있기는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광우병 발생 시점으로부터 5년간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수입위생조건 협상 체결 시 국회 심의 등은 국민적 요구의 마지노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가축법을 걸고 국회를 장기 공전시키는 것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또 야당의 ‘무대’가 될 수 있는 국회를 오래 비워두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김형오 의장도 입이 마른다. 그는 “(개원한 지) 80여 일째 원 구성도 못하고 공전하고 있는 국민 무시의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여야가) 내일까지 결단을 내려달라. 진전이 없다면 불가피하게 국회를 살리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했다. 직권상정 카드로 야당을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직권상정이 회심의 카드가 될지는 미지수다. 되레 여론의 역풍을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 사람 모두 서 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이런 속사정 때문에 오히려 “막판에 극적으로 타결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누가 먼저, 어떻게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들은 제각기 “파행이 뻔한 길을 상대방이 선택하진 않을 것”이라며 상대를 몰아붙이고 있다.

전형적인 치킨게임(마주 달리던 두 대의 자동차 중 핸들을 먼저 꺾는 쪽이 지는 경기) 양상이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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