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들의 특별한 해외연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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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복지재단이 마련한 ‘초등학생 해외 영어 연수 ’에 참가한 저소득층 초등학생들이 필리핀 강사들과 함께 수업을 하고있다. [실랑(필리핀)=최준호 기자]

15일 오후 3시20분(현지시간)쯤 필리핀 북부 카비테주 실랑시 국제농업재건연구원 내 교육훈련센터. 우기를 맞아 창밖에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실내에선 한국에서 온 어린이 60명(남 20, 여 40명)이 5명씩 12개 조로 나뉘어 현지인 강사들에게서 영어 지도를 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성적 우수생들로 구성된 아카시아반의 흰색 칠판 한구석에는 “Let’s speak in English all the time(항상 영어로 말해요)”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I have a car, but I have no fuel(gasoline). Then where should I go?(내 차에 연료가 없는데 어딜 가야 하죠?)

강사가 몸짓을 곁들여 질문했다. 말뜻은 알겠는데 ‘주유소’의 영어 단어가 좀 어려운듯 한 여학생은 ‘Fuel house(연료 집)’, 또 다른 남학생은 ‘Gasoline Tank(가솔린 탱크)’라고 답했다. 그러자 강사는 ‘Gas station’이라고 고쳐 줬다. 수업 참가자는 모두 초등학교 5학년이다.

KT&G복지재단(이사장 김재홍)이 2억원의 사업비로 올해 처음 도입한 초등학생 해외 영어 연수 프로그램(꿈나무 희망날개 서포터즈)에 선발된 저소득층 자녀들이다. 연수생 선발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4명 중 한 명인 S양(12)은 “한국 학교보다 수업 수준이 높아 처음엔 따라가기가 힘들었으나 선생님들이 매우 열심히 지도해 줘 실력이 부쩍 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생들은 7월 23일부터 4주간 매일 6시간씩(토·일요일 제외) 영어 수업을 받는 외에 스포츠 활동, 문화 체험 등도 했다.

어린이들은 9월 한 달 동안은 한국에서 필리핀 현지 강사에게서 전화 영어 지도를 받을 예정이다.

“개천에서도 용 만들 자신이 있다”고 주장하는 김재홍 이사장은 “해당 아동들에게 ‘영어 하나는 자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 세상에서 인정받는 존재로 키우려는 게 이번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말했다.

과외를 받아 보지 못해 영한사전을 지참하지 못한 어린이도 상당수였다. 그래서 재단 측은 9월 6일 있을 수료식 때 전원에게 영어사전을, 성적 우수생 등 3명에겐 전자사전을 선물할 예정이다.  

실랑(필리핀)=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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