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청소 잔학성 역사적 심판 엣 유고 戰犯재판 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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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옛 유고 전범(戰犯)에 대한 역사적 재판이 7일부터 네덜란드헤이그에서 시작된다.
46개월의 유고내전 기간중 자행됐던 「인종청소」등의 잔혹행위를 인도적 차원에서 처벌하고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역사의 교훈으로 삼기 위한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후 독일 뉘른베르크와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렸던 재판에 이어 50년만에 세번째인 헤이그전범재판은 93년 유엔 안보리가 옛 유고 전범재판소 설치를 결의한 이후 꼭 3년만에야 열리게 됐다.그만큼 역사적 의미가 크고 어려 움이 많았다. 유엔 안보리가 논란 끝에 임명한 리처드 골드스톤 수석검사(남아공 대법원 판사)가 지금까지 기소한 전범은 모두 57명.이중 46명이 세르비아계(系)다.
7일 처음으로 법정에 설 피고인은 보스니아 포로수용소 감시원이었던 두산 두스코 타디치(40).
그는 92년 5월23일부터 같은해 12월31일까지 오마르스카.케라테름.트르노폴리예 수용소에서 회교.크로아티아계 포로에 대해 30여건의 살해.가혹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94년 독일 뮌헨에서 체포돼 지난해 헤이그로 이송됐다.
그러나 변호를 맡은 미하일 블라디리로프(51)는 타디치가 당시 수용소에 없었다는 부재증명(알리바이)을 해줄 증인 30~40명을 확보했다고 밝혀 검찰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국제형법 전문가인 블라디리로프는 93년 나치협력자 야콥 루이트옌스를 변호한 인물이다.
검찰측은 93년10월 전범법정 구성 이후 지금까지 피해자 증언및 세르비아계 내부문서 등 5만여쪽 분량의 증거와 함께 1천시간분의 비디오 자료,1만2천장의 사진필름을 확보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현재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인 라도반카라지치와 군사령관인 라트코 믈라디치를 체포,유죄 판결을 내릴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인종청소」를 주도했던 이들을 처벌하지 않고는 재판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전범재판에 대한 세르비아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 이 둘은 아직도 체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오는 9월의 보스니아 자유총선에서 패배,무장해제당한다면 법정에 강제로 끌려나올 가능성이 크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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