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한복판서 모자 굶어 죽어-富國 일본의 어두운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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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제 마지막 식사가 끝났다.내일부터는 먹을 게 없다.』 지난달 29일 일본의 수도 한복판에서 「눈물의 일기」를 남기고 굶어 죽은 모자의 시신이 발견됐다.1인당 국민 소득이 3만달러가 넘는 「경제 대국」을 비웃는 주검이다.
숨진 사람은 도쿄(東京)도요시마(豊島)구 이케부쿠로(池袋)역근처의 서민 아파트에 살고 있던 77세 할머니와 41세 아들.
이 할머니는 10년 이상 몸져 누워있는 아들을 돌보며 월 10만엔(약 75만원)의 여성 연금에 의지해 근근이 연명해왔다.
조그만 방 두칸에 화장실과 욕실이 딸린 이 아파트의 한달 집세는 8만5천엔(약 64만원).집세를 빼고 남은 단 돈 1만5천엔(약 11만원)으로 살아온 셈이다.방에는 텔레비전도 전화도 없었다.일본 경찰에 따르면 숨진 할머니는 11년전 남편.아들과함께 이 아파트로 이사왔다.남편과 아들은 이때 이미 몸져 누운상태였으며 남편은 4년전 숨졌다.
할머니가 마지막 일기를 쓴 날은 지난 3월11일.그후 며칠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해 모자가 숨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옆집 사람 얼굴도 잘 모르는 무관심 속에 시신은 한달이 지나서야 발견됐다.부엌에는 쌀 한톨 없었으며 할머니의 지갑에는 동전28엔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요미우리(讀賣).산케이(産經)등 일 주요신문들은 이 비극을 3일자 사회면 사이드 톱으로 크게 조명했다.한편 지난달 18일에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51세 여자가 아들(26)과 함께 철로에 뛰어들어 자살했으며 집세가 밀려 쫓겨나는 바람에 폐차 안에서 생활해오던 60대 부부가 영양실조에 걸려 숨지기도 했다.
도쿄=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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