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와 시너지로 바둑 세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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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강릉 영동대학이 국내 최초로 마인드스포츠과를 신설했다. 2009학년도부터 학생을 모집하는 이 학과는 2년제로 40명이 정원. 최근 각광받고 있는 마인드스포츠 분야의 지도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교육자적 소양을 갖춘 마인드스포츠 전문가를 배출해 세계 두뇌스포츠 강국인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저변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다. 마인드스포츠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취업난 극복에도 일조를 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 학과 신설을 주도한 현인숙(사진) 영동대학 이사장은 다름아닌 프로기사 서능욱 9단의 부인으로 평범한 주부에서 사업가(현 닷컴 대표)로 성공하더니 다시 대학 경영자로 나선 입지전적 인물.

그는 얼마 전 여러 개로 난립해 온 체스협회를 하나로 통합해 현재 대한체스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대한바둑협회 이사로도 재직하며 정부의 도움을 끌어내 한·중·일로 나뉘어 혼란스러운 ‘단(段)·급(級) 세계표준화’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현 이사장의 논리는 시원시원하다.

“바둑·체스 등 마인드스포츠는 우수한 두뇌를 지닌 한국인에게 매우 유리하고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청소년층에는 인격 개발과 창의적 사고 개발에 매우 유익합니다.”

“바둑이 진정 세계화를 꿈꾼다면 세계 160여 개국에 보급돼 6억 명의 인구를 가진 체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간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서양의 바둑 인구는 거의 대부분 체스 인구에서 나오는 것이거든요.”

올림픽이 끝나면 바로 그 경기장에서 오는 10월 3일부터 2주간 제1회 월드마인드스포츠게임이 열린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공인한 대회다. 2010년 아시안게임에는 체스와 바둑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 종목 채택이 예정돼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체스협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서울시의 재정 지원을 받아 국내 최초의 대규모 체스대회인 ‘코리아 오픈’이 오는 11월 29일부터 일주일간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리기로 돼 있고, 러시아에서 마스터급의 체스 지도자를 초빙할 준비도 갖췄다. 이런 일들이 모두 현인숙씨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는 기반이 너무 약하고 지도자도 부족합니다. 마인드스포츠과 신설은 이런 현실적 필요성의 산물이지요. 그래서 난관을 딛고 밀어붙였습니다.”

남편 때문에 뒤늦게 바둑을 알았으나 어느덧 마인드스포츠의 큰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현 이사장의 열정과 능력이 놀랍다.  박치문 전문기자

◇영동대학 마인드스포츠과(033-610-0348). 2009학년도 수시모집은 1차 9월 8~26일, 2차 11월 10~26일. 정시는 내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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