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戰 희생자 천도재 지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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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중스님(左)과 ㈜아이비클럽 전영우(右) 사장이 베트남에 보낼 학생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재소자 교화로 유명한 박삼중(朴三中.63) 스님이 24일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른다. 재일동포 재소자 교화를 위해 100여 차례나 일본을 다녀오는 등 해외 나들이를 많이 한 삼중스님이지만 베트남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중스님이 베트남으로 가는 까닭은 베트남전 희생자들을 위한 천도재(薦度齋)와 불우 청소년들을 위한 학생복 기증 행사 때문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이제 원(怨)을 깨끗이 풀어야 합니다. 베트남전에서 숨진 한국군 장병은 물론 전쟁 과정에서 희생된 베트남 주민을 위해 천도재를 지내려 합니다. 이와 함께 학생복 2만여벌도 전달합니다. 베트남 청소년들은 이 옷을 입으면서 한국을 좋은 나라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어른들이 만든 아픈 과거를 청소년들은 더 이상 간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삼중스님의 베트남 방문은 학생복 제조사인 ㈜아이비클럽 전영우(全永宇)사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全사장이 지인의 소개로 삼중스님과 만난 자리에서 "형편이 어려운 나라에 교복을 기증하려 한다"는 뜻을 밝히자 삼중스님이 "우리와 아픈 과거가 있는 베트남에 전달하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이후 삼중스님이 주한 베트남대사관과 접촉해 학생복 기증 및 천도재 행사의 일정을 잡았다.

삼중스님과 全사장은 오는 26일 베트남 외무부에 학생복 1만벌을 전달하고, 나머지 1만벌은 베트남 적십자사와 고아원 등을 돌며 직접 기증할 예정이다. 학생복 2만여벌(약 7만7000피스.15억원어치 상당)은 1600여개 박스에 담겨 지난 14일 부산항에서 선적됐다. 삼중스님은 이에 앞서 25일에는 전몰 한국군 장병과 베트남전에서 희생된 양민 천도재를 지낸다.

삼중스님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베트남 간 불교 교류도 활성화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전체 인구의 80%가 불교 신도인 나라다. 삼중스님은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이번 불교 의식을 계기로 양국 간의 앙금이 말끔히 씻겨나가길 다시 한번 기원한다"며 합장했다.

김동섭 기자<donkim@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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