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는 각 국가별로 정치ㆍ사회적인 분위기를 고려해 선정하지만 자기 종목에서 우수한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를 뽑는 것이 공통된 기준이다. 외모 또한 준수해야 올림픽 개막식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기수가 금메달을 따게 되면 그만큼 상징성도 커진다.
그동안 한국의 ‘기수 출신 금메달리스트’는 하형주(현 동아대 교수)가 유일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당시 ‘왕발’이라는 별명으로 유도 간판 스타였던 하형주는 한국을 대표해 깃발을 나부끼며 개막식에 등장했고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연히 실력도 세계 최정상. 남자 95kg급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화제가 됐다.
한국의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는 당시 대한체육협회 임원이었던 박찬욱씨가 기수 역할을 했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는 한국이 불참해 기수가 없었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는 조용철(유도),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는 김태현(역도),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는 최천식(배구)이 태극기를 휘날렸다.
이어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는 정은순(농구)이 첫 여성 기수로 기록됐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역시 여자 배구팀의 구민정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기수 출신 금메달리스트의 계보는 잇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한편 베이징올림픽에서 기수 출신 금메달리스트 후보로는 스위스 기수 로저 페더러(테니스), 아르헨티나 기수 마누 지노빌리(농구), 도미니카 공화국 기수 펠릭스 산체스(허들)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