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1,500억 盧씨 집 안방서 전달-안태현씨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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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은 87년 대통령선거 당시 민정당 노태우(盧泰愚)후보 집 안방에서 盧씨 부부를 만나 대선자금 1천5백억원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현태(安賢泰)전대통령경호실장은 29일 열린 全씨 비자금사건결심공판에서 재판장 김영일(金榮一)부장판사의 신문에 『대선직전全씨 부부가 盧후보의 연희동 자택을 방문,대통령 선거자금으로 쓰라며 기업인들로부터 모금한 1천5백억원을 건 네줬다』고 공개했다. 安씨는 대선자금을 全씨가 盧씨에게 직접 전달했는지를 묻는 재판장의 신문에 이같이 답변한뒤 『대선자금 전달 장소에는 본인외에 동석한 제3자 없이 은밀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안무혁(安武赫)전안기부장은 『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대선자금을내려한다는 정보보고가 들어와 건실한 중견기업 20여개를 선정,액수도 정하지 않고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혀 대선자금을 건넨 중견기업 명단이 안기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작성됐 음을 시인했다. 이날 공판에서 안현태씨의 변호인인 정상학(鄭相鶴)변호사는『安씨가 이번 사건이 터진뒤 자살을 기도했으며 당시 써 놓은 유서는 검찰이 압수해갔다』며 安씨의 자살기도 사실을 털어놓았다. 鄭변호사는 이와 함께 『임창욱(林昌郁)미원그룹회장과 全대통령의 면담을 주선한 사람은 安씨가 아니라 林회장과 고향 선후배사이인 고명승(高明昇)장군』이라고 주장,高씨가 林회장의 대통령면담을 주선한 장본인이라고 밝혔다.
한편 全씨는 『대통령 취임후 6개월동안 기업인들로부터 한푼도받지 않았지만 당시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청와대 예산이 한달 실비용에도 못미치는 2억원에 불과해 과거 관행대로 기업들의 성금을 받게 됐다』며 당시 청와대의 대통령 예산을 간접 공개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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