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칼럼>보스니아분쟁과 어린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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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캠프 베드락은 보스니아 투지아 지역 남쪽에 있는 미군 전초기지다.최근 이 기지에 당도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옛 유고지역에서 복무하는 미군들의 생활상이 어떨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
그곳에서 내가 목격한 현실이란 암울하기 짝이 없었다.캠프 주변은 바위와 진흙 구덩이로 둘러싸여 있고 날씨는 거의 매일 춥고 안개나 비가 끊이지 않았다.매끼 식사를 1회용 용기에 담긴음식으로 해결하고 언덕 위에 세운 임시 변통의 막사에서 잠자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캠프 베드락에서 만난 모든 군인들은 그들이 보스니아에 주둔한 몇달동안 자신들의 임무가 얼마나중요한지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순찰을 돌던 포병장교 한 사람은 내게 『두달여전 이곳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단 한명의 어린이도 볼 수 없었습니다.학교는 텅 비어 있었죠.이제 학교는 다시 문을 열고 아이들도 바깥에서마음놓고 뛰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아마도 아이들은 보스니아 지역에서 평화유지군의 임무가 얼마나막중한지를 깨우쳐 주는 가장 큰 지표일 것이다.
나는 보스니아를 떠나기 하루전 독일 바움홀더 기지내 고등학교에 다니는 미국인 학생 몇명을 만날 수 있었다.그들의 부모들이현재 캠프 베드락에 파견근무를 나와 있었던 것이다.지난 수개월간 이 학생들은 자신들의 느낌과 생각들을 편지와 시로 써서 투지아 지역내 보스니아 학생들에게 보내왔다고 한다.
『아버지가 보스니아로 가고나서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공포라는것을 느꼈어요.걱정을 잠재울 수가 없었습니다.』 디아나 브라우어라는 학생은 내게 말했다.
마침 그때 그의 친구들은 동년배 보스니아 학생들이 보내온 편지를 읽게 됐다고 한다.물과 음식이 떨어졌을 때,저격수들이 학교 주변에 총을 쏘아댈 때,집을 떠나 방공호에 숨어 있어야 할때 그들이 무엇을 느끼는지에 대한 편지였다.보스니 아 학생들은미국인 학생들에게 그들의 부모들을 보스니아 지역에 「보내준데」대해 감사함을 전했다.
브라우어는 『그때 비로소 아버지가 왜 가족을 떠나 보스니아로가야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나 역시 보스니아 평화유지군의 의의를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정리=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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