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서가] '미국 패권주의의 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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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9.11 테러 이후 세계는 혼란에 빠져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렀다. 처음에는 미국의 힘이 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라크는 다시 전쟁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미국은 새로운 테러 위험에 직면했다.

국제 헤지펀드 시장의 큰손인 조지 소로스는 '미국 패권주의 거품'에서 부시 대통령과 그의 주변에 있는 신보수주의자들을 이런 혼란을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했다.

소로스는 최근 벌어지는 현상을 "일시적으로 폭등했다가 곧 붕괴되는 주식시장의 거품과 같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힘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에 자신들의 주장을 강요하다가 결국 반발에 직면했고, 반발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로스는 책에서 몇가지 제안을 한다. 미국이 진정한 강대국으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것들이다.

가장 급한 일은 부시 대통령의 낙선이다. 유대인으로 나치 치하에서 겨우 살아남은 소로스는 모든 사람을 '적과 동지'로 구분한 뒤 서슴없이 공격하는 부시를 보고 나치를 연상했다고 한다. 부시를 낙선시키지 않고서는 미국은 패권주의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다.

그는 또 부시 이후 미국은 가장 힘있는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해줄 것도 당부한다. 자국의 이익만 챙길 게 아니라 세계 안녕을 염두에 둔 대외정책을 펴라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반대 속에 유엔의 승인도 얻지 않고 이라크를 침공한 것과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소로스는 세계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원조가 늘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단 원조를 주는 나라가 자국의 이익 때문에 수혜국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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