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화장품등 패션상품에 유행하는 공포광고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단두대.사형수.검은 고양이….시청자를 겁주는 섬뜩한 소재의 광고가 잇따르고 있다.그것도 특히 곱게 치장해 소비자들의 호감을 이끌어내야 할 화장품.의류 등 패션상품들의 광고에 많다.블랙 또는 블루 톤으로 처리되는 CF의 전체적 분위 기는 무겁고음울하다.이때문에 컬트 무비의 기법이 스며들었다 해서 「컬트광고」라고도 불리는 새로운 흐름이다.
지난 주부터 방영에 들어간 에스에스패션의 캐주얼 브랜드 「파쏘나블」의 런칭광고는 프랑스혁명이 주소재다.절망감을 주는 바스티유 감옥의 벽과 서서히 올라갔다가 순간적으로 떨어져 내리는 단두대의 시퍼런 칼날.마지막에 혁명의 상징인 삼색 기가 펄럭이지만 전체적인 톤은 으스름한 새벽빛의 블루다.
지난해 방영된 청바지 「GV2」의 CF는 칠흑 같은 밤의 블랙 톤에 도둑 고양이.초승달 등이 등장한다.캄캄한 밤중에 달이뜨면 두눈만 반짝이는 도둑 고양이가 소리없이 담을 넘는다.이어모델인 최민수가 똑같은 포즈로 고양이 눈을 하 고 나오면 『캣워크』(고양이 걸음)라는 단 한마디의 카피로 끝난다.
역시 지난해 방영된 푸른화장품의 CF에는 모델 정선경이 사형수로 등장한다.교수대의 올가미가 막 목에 닿는 순간 꿈을 깬 정선경은 새삼 살아있음에 눈물을 흘리며 화장을 다시 한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피어리스화장품의 「드방세」광고에는 느닷없이 B-27 폭격기와 미사일이 등장하고 흑백필름의 전쟁장면이 이어진다.
동양제과의 「통크」CF는 영화 『쇼생크 탈출』을 연상시키는 감옥과 죄수들이 주소재다.이 때문에 이 회사는 한동안 전국의 교정직 공무원들로부터 항의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밖에 비락식혜 광고에선 식혜를 훔치는 장면에 이어 경찰.수갑 등이 등장하며 지난 2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쌍용제지의 생리대 「울트라화인」 CF에는 억대의 인기모델 신은경이 포승에 묶인 모습으로 출연했다.
이같은 네거티브광고에 대해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신세대 소비층의 주목률을 높이기 위해선 효과적이지만 오래 지속될 경우 오히려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 강렬한 느낌을 짧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