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소비 뚝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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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주부 김모(41·서울 목동)씨는 올 5월부터 밥상에 쇠고기를 올리지 않는다. 찌개나 국을 끓일 때도 다른 고기를 쓴다. 그는 “TV에 병든 소의 모습이 자주 비치면서 쇠고기 먹기가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H금융회사의 권모(42) 부장은 지난달 말 월례 부서 회식을 삼겹살 집에서 했다. 늘 불고기집을 찾다가 메뉴를 바꿨다. 그는 “경기가 나빠 비용을 아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쇠고기 소비가 줄고 있다. 불경기에 물가까지 뛰면서 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다 ‘광우병 효과’까지 덮친 탓이다.

12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이마트 전체 매장의 쇠고기 판매액은 지난해보다 24% 줄었다. 수입 쇠고기는 31%, 한우는 15% 감소했다. 이마트의 쇠고기 판매는 올 3월과 4월엔 지난해보다 10%가량 늘었으나 5월 들어 감소로 돌아섰다. 5월에는 4%, 6월에는 7% 줄었다. 쇠고기 판매가 전년보다 줄기 시작한 5월은 배럴당 100달러를 맴돌던 국제 유가가 12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국내 물가도 덩달아 뛰던 시기다. 또 MBC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1편(4월 29일)과 2편(5월 13일)을 방영하면서 광우병 파동이 본격화한 때이기도 하다.

한우만 파는 서울 양재동 하나로클럽도 이마트와 판매 상황이 비슷하다. 쇠고기 판매액이 3, 4월에는 전년보다 10%가량 늘었으나 5월엔 1% 늘어나는 데 그치더니 6월과 7월에는 되레 5~6% 줄었다. 농협유통 축산부 백계봉 한우팀장은 “광우병 걱정 때문에 특히 사골·꼬리가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쇠고기 소비가 줄면서 국내산 소값도 떨어지고 있다. 농협에 따르면 600㎏ 수소는 올 1월 평균 478만8000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340만원 선으로 30% 가까이 급락했다. 소값은 떨어지는데 사료값은 오르고 있어 축산 농가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소에게 먹이는 배합사료는 지난해 말 25㎏ 한 포대에 7000원에서 현재 1만3000원으로 거의 두 배로 올랐다. 국제 곡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최근 ‘국제 원자재가 급등과 농업’ 보고서에서 “사료값이 올라 국내 육우 농가는 올해 마리당 97만7000원의 손해를 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우를 기르는 원종만(50·경기도 안성 소원목장)씨는 “정부가 사료값을 지원해 주거나 사료값 안정 대책을 내놨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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