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후지쓰배 세계 선수권] 흔들리는 이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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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준결승>
○·이창호 9단 ●·류 싱 7단

제11보(140~151)=이창호 9단의 이미지는 ‘나는 새도 넘보지 못할 금성철벽’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더니 이젠 이창호 바둑에서도 ‘사고’가 곧잘 일어난다. 인간이 오묘하다지만 ‘시간’이야말로 모든 것을 주재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안전하던 대마가 갑자기 위험해지면서 풍운이 일고 있다. 140으로 살려내자 흑도 141로 연결. 이제 백은 어느 통로로 살아갈 것이냐. 초읽기에 몰린 이창호 9단이 142로 쑥 기어나간다. 검토실에선 “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왜 후수를 자초하는 것일까. ‘참고도1’처럼 백1 쪽으로 끊으면 그냥 사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다. 그러나 이 그림은 막상 흑이 4로 기어나오면 마땅한 수가 없다.

실전도 마땅한 수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148로 붙여 패를 하는 마지막 통로가 있다. 148에 대해 흑이 ‘참고도2’ 흑1로 빠지는 것은 2, 4를 선수한 다음 8까지 귀를 살아 버리면 오히려 흑 대마가 걸려들게 된다(백A로 넘자는 수가 선수다).

151로 따내 대마의 목숨은 패에 걸리게 됐다. 팻감은 누가 많을까. 백은 B로부터 살자는 패가 3개 있고 흑도 C쪽의 두 개와 D까지 3개. 그렇다면 백이 패를 지는 것인가.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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