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 팝 국내시장서 돌풍-에냐.크랜베리스등 폭발적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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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는 「에메랄드 빛 마술」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아일랜드 팝음악을 소개했다.이같은 현상은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오히려 다른 어떤 지역보다 아일랜드 음악의 인 기가 높은 곳이 한국이다.
국내의 레코드 도.소매상들이 발표하는 판매순위중 팝음반부문에는 아일랜드 출신인 에냐의 『메모리 오브 트리즈』와 크랜베리스의 『노 니드 투 아규』가 오랫동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유투(U2).밴 모리슨.시너드 오코너 등으로 대표되 는 아일랜드팝의 인기를 신인급 가수.그룹들이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특히U2의 경우 최근 많은 국내 가수들이 『학창시절 U2의 노래를듣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게 됐다』고 말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록밴드.
여가수 에냐는 어딘지 모르게 슬픔이 느껴지는 아련한 목소리로이미 데뷔시절부터 국내에서 인기가 높다.그녀의 노래 『오리노코플로』나 『셰퍼드 문』은 방송 CF배경음악으로 사용돼 히트곡이됐고 그녀는 91년 내한,방송출연을 통해 국 내팬들에게 선을 보이기도 했다.지난해말 발표한 4집 『메모리 오브 트리즈』도 섬세하고 매력적인 보컬로 인기를 누리며 음반판매순위 10위권을지키고 있다.
4인조 혼성 록밴드 크랜베리스는 에냐에 비하면 좀 더 늦게 알려졌으나 국내에서의 인기는 폭발적인 수준이라 할 만하다.크랜베리스의 매력 포인트는 여성 보컬 돌로레스 오리어던의 노래.이들의 인기는 지난해 2집 수록곡 『오드 투 마이 패밀리』가 6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TV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와 모 화장품 광고의 삽입곡으로 쓰이면서 촉발됐다.뒤이어 국내에서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자취를 감춘 데뷔음반까지 재발매되는 선풍을 일으켰다.이 음반에 수록된 『 드림스』는 영화 『중경삼림』에서 왕정문이 직접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크랜베리스는 최근 보스니아 전쟁 등 현실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세번째 앨범『투 더 페이스풀 디파티드』를 발표,크랜베리스 선풍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아일랜드 팝음악이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은 아일랜드 고유의 역사적 경험과 자연환경에서 비롯된 독특한정서가 한국인의 그것과 일맥 상통하는 점이 많다는 문화적 친연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즉 고난으로 점철된 역사 때문에 아일랜드인들은 애상적이고 우울한 정서를 갖고 있다.이러한 정서는 서구인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전통적 정서인 한(恨)과 유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비슷한 역사적 경험 과 정서를 공유한 한국인들은 그래서 U2.크랜베리스.에냐의 아일랜드 팝음악에 쉽게 친근감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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