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태극기 흔들고 있습니다?"…엉터리 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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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보이' 박태환이 출전한 남자 수영 자유형 400m결승전이 열린 지난 10일 오전. 경기를 몇 분 앞두고, 차례대로 선수들이 등장했다. 예선에서 6위를 차지했던 미국의 피터 밴더 케이가 소개됨과 동시에 자국의 선수를 격려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부시 대통령이 카메라에 잡혔다. 중계석에서 이 장면을 놓칠리 없었다. 하지만 마음이 앞선 나머지 실언이 나왔다. "부시 대통령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손에 들려 있던 것은 성조기였다.

중계석의 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여년째 올림픽 중계를 해 온 KBS 안창남 해설위원은 박태환의 신장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작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속담을 인용했다. 그러나 그가 인용한 속담은 '매운 고추가 맵다'였다. 익숙한 속담마저 한 순간에 바꿔버릴 정도로 중계석은 흥분해 있었다.

흥분한 중계석은 KBS만이 아니었다. MBC 중계석에서는 박태환 선수가 터치 패드를 찍는 순간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고 중계 했다. 하지만 이날 박태환 선수의 기록은 3분41초86으로 세계 기록에 조금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KBS 역시 "올림픽 신기록"이라고 말했다 바로 정정했다.

방송에 부적절한 어휘 사용도 서슴지 않았다. SBS 중계석에는 "설령 해켓 선수와 젠슨 선수가 먼저 '튄다' 하더라도" 와 같이 '튄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또 MBC와 KBS는 노민상 대표팀 감독의 계획을 전한다며 "41초대 후반으로 들어오면 '안전빵'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해설자로서의 본분을 잊은 듯한 이들의 행동은 이어졌다. KBS중계석에는 "태환아 힘내라!" SBS는 "태환아! 긴장하지 말고"라는 말로 박태환을 응원했다. 아무리 박태환이 '국민 남동생'이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 하더라도 중계를 맡은 사람의 표현으로는 부적절했다.

게다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중계석에서 괴성이 이어지면서 제대로 된 시청마저 어렵게 했다.

뉴스방송팀 송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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