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위기라 할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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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소설가 최인훈(68)씨가 2002년 문학평론가 김인호(47)씨와 했던 대담이 최근 김씨가 펴낸 비평집 '해체와 저항의 서사'(문학과지성사)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최근 몇년간 문예지나 언론매체와의 접촉을 꺼려왔던 최씨의 육성이 공개되는 것은 2001년 '말'지와의 인터뷰 이후 처음이다. '작가의 세계 인식과 텍스트의 자기 증명'이라는 부제가 붙은 대담은 비평집의 3부로 모두 29쪽 분량.

대담에서 최씨는 "문학의 위기나 소설의 위기를 어떻게 보느냐"는 김씨의 질문에 "(예전보다)더 많은 잡지나 단행본이 나오고 대형 서점이 세워지고 있으니 위기라고 할 수 없고, 또 위기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반성하며 잘 넘기고 있다"고 대답했다.

최씨는 문예지의 부수가 줄어드는 데 대해 "그런 잡지도 있겠지만 결국 총량으로 따지면 독자들이 분산됐을 뿐 줄어든 것은 아니다"며 "만약 지금 문학지를 통폐합해 두어 개로 만든다면 굉장한 잡지가 탄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90년대식.80년대식 등으로 예술적 운동이나 실적에 작가를 줄세우면 당시 활동했던 작가들을 다 포괄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당사자들의 선의나 패기의 싹을 잘라버릴 수 있다"며 "예술의 세계는 민주주의 다수결의 세계가 아니라 재능을 등록하면 재능이 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묻는 질문에 "'회색인' '서유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 결과적으로 거의 모든 작품이 낭비 없이 '화두'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 중 어떤 작품을 고를 수는 없다. 압록강의 어떤 지점을 고를 것인가 하는 문제처럼 힘든 문제"라고 답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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