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그레그 노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프로골퍼협회(PGA)가 연중 투어(순회경기)를 일반에 선전할 때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가 하나 있다.「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anything is possible)」가 그것이다.골프의 의외성(意外性)을 상징한다.
골프게임 스코어의 43%는 퍼팅에 좌우된다.프로수준에서 10피트(3)가 넘는 긴 퍼팅은 기량보다 운(運)이다.이 때문에 골프의 과학성에 대한 의문도 자주 제기된다.어느 게임에서나 제몫을 해내는 프로가 슈퍼스타다.그러나 슈퍼스타에 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곳이 골프의 세계다.
41세의 호주태생 그레그 노먼은 소니랭킹 1위의 세계 최고골퍼다.「위대한 흰상어」로 더 잘 통한다.모험심이 강한 그는 호주 프로 시절 자신의 보트를 타고 바다낚시를 즐겼다.큰 고기가물렸을 때마다 상어가 잘라먹자 그는 장총을 구해 곁에 두고 상어가 얼씬거리면 총을 쏘아댔다.「상어」라는 별명은 여기서 유래한다. 그는 지금도 요트를 타고 카리브 바닷속으로 다이빙을 즐긴다.한동안 그는 손꼽는 장타(長打)였다.잭 니클로스는 「공을똑바로 가장 멀리 치는」골퍼로 그를 꼽았다.장타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골프를 일삼아 「상어」라는 별명은 더욱 어울렸 다.그러나 그 때문에 「무슨 일」 역시 자주 벌어졌다.
정확성을 기하느라 스윙폼을 고쳐 그의 장타는 전같지 않다.침착하고 참을성 있는 골프로 스타일을 바꾸면서 「가장 일관성 있는 골퍼」로 세계1위를 고수하고 있다.
골프부호로 그는 호사를 즐긴다.전용제트기에다 두대의 헬리콥터요트,고급승용차 페라리가 다섯대다.버는 만큼 쓰자는 주의다.동료골퍼들의 눈총을 받고 『게임에 열의가 모자란다』는 비판도 따른다. 이번 마스터스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그의 몰락은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상대가 잘 해서라기보다 그 자신과의 싸움에서 스스로 무너졌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사상 최대의 좌절」에 그는 『세 상의끝이 아니다.그것이 바로 골프이자 인생』이라고 철학적으로 받아넘긴다.「뱃심과 영웅적 성격을 지닌 위대한 골퍼」에다 「이빨 빠진 상어」「최대의 비극적 골퍼」로 평가는 엇갈린다.어떻든 그는 이 시대 가장 「화제(話題)의 골퍼」임엔 틀림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