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뮤지컬 학습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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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뮤지컬이 영어학습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실제 교육적 효과가 있을까? 뮤지컬로 영어를 배우면 어떤 점이 좋을까? 영어뮤지컬의 학습효과를 전격 해부해봤다.


김이현(12·충무초 6)양의 눈은 자신감으로 빛났다. 2005 윤선생 영어교실 전국 말하기 대회 은상. 2006 서울시 중부교육청 영어듣기대회 대상. 2007 이중언어예술단 비빔밥 창단공연 영어뮤지컬 ‘Princess 평강 & General 온달’ 주연. 2008 EBS ‘La La La Happy School’ 출연. TOSEL Junior 1등급. 김양의 화려한 이력의 디딤돌은 무엇일까.

김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뮤지컬을 시작했다. 김양의 어머니 류선영(39·중구 묵정동)씨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방과 후에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었어요. 방과 후에 이현이가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없을까 고민하다 알게 된 것이 영어뮤지컬이었죠”라고 말했다.

유명 뮤지컬의 몇몇 장면을 옴니버스로 엮은 ‘Pop Bubble Punch’가 김양의 첫 무대였다. “무대에서 실수할까봐 대사와 노래를 달달 외웠는데 막상 무대에 서니 하나도 떨리지 않았어요. 오히려 연습했던 것에 비해 공연시간이 짧아서 아쉬웠어요.” 김양의 첫 공연 소감이다.

영어에 재미가 붙고 자신감이 생기자 실력이 느는 것은 시간문제. 영어학원도 한 번 다니지 않았는데 각종 영어말하기대회 상을 휩쓸었다. 외국에 나가본 적도 없지만 외국인을 만나면 영어가 술술 나온다. “지하철에서 외국인 옆에 앉았던 적이 있어요. 외국인이 먼저 말을 걸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답했어요. 그러자 외국인이 어디서 영어를 배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자랑스럽게 영어뮤지컬을 소개했어요.”

한국영어교육예술협회 황수경(41) 이사는 영어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영어뮤지컬의 강점이라고 했다.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영어는 공부지만 뮤지컬을 통해서 배우는 영어는 놀이다. 노래와 춤을 영어로 배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부감이나 스트레스가 없다. 원어민 선생님이 직접 연출 수업을 하고, 발음교정부터 표정연기 지도까지 해준다. 아이들은 영어 사용 환경에 계속 노출되고 결국 자연스럽게 영어를 학습하게 된다.

황 이사는 영어뮤지컬의 또 다른 장점으로 네이티브의 언어구조를 그대로 습득하는 것을 꼽았다. 영어뮤지컬은 상황에 맞는 문장을 통째로 외우므로 중간에 한국말 해석이 끼어들 틈이 없다. 더구나 공연을 하려면 이를 반복해서 말해야 한다. 아이들은 이런 식으로 머릿속에 저장된 많은 패턴의 문장들을 필요할 때마다 자유자재로 꺼내 쓴다. “영어를 말하기 전에 한국말로 문장을 만들고 그것을 어떻게 영어로 바꿀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에요. 저절로 영어문장이 입에서 튀어나와요.”김양의 얘기가 이를 입증한다.

영어대사만 해도 힘들텐데 춤을 추면서 영어노래까지 부르려면 어렵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양은 “처음에는 노래 CD를 계속 들어요. 노래를 외운 후에는 발음 CD를 듣고요. 마지막에 춤이랑 합치면 어렵지 않아요”라고 답했다. 노래를 외우다 보면 가사가 귀에 들어오고, 그 후에 모르는 단어 위주로 발음 CD를 들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모르는 발음은 원어민 선생님께 직접 물어보면 된단다.

김양을 지켜본 류씨는 듣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귀가 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영어가 들리기 시작하면 말하는 것은 저절로 되더라고요.” 그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라이언 킹과 같은 DVD를 사서 틀어준다고 했다. 등장인물의 실제 억양이나 뉘앙스를 학습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 다양한 뮤지컬 DVD를 보다보면 영국식 발음과 미국식 발음의 차이까지도 저절로 알게 된다.

아무래도 문법은 약하지 않을까. 류씨는 문법 역시 듣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된다고 설명했다. 영어를 계속해서 듣다보면 전문적인 문법지식을 몰라도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어뮤지컬의 가장 중요한 학습효과는 바로 자기주도적인 공부습관을 갖게 되는 것. 주인공 역할을 따내기 위해 다른 아이들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된다. 김양이 학원에 다니지 않는데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대신 그 시간에 문화나 역사 공부를 한다. “주인공의 내면 연기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문화적 배경을 아는 것 역시 중요하거든요.”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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