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적기행>전북 고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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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고창에 가면 가슴 설레게 하는게 여럿 있다.그중 셋을 꼽으라면 선운사 동백꽃과 모양성,그리고 신재효의 판소리 여섯마당이다. 이맘때 선운사에 가면 이고장 출신 서정주시인의 시비가 더욱눈부시다.『선운사 골짜기로/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동백은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 니다.』 선운사까지의 도로변에 서정주 시비가 있다.선운사는 극락교에서부터 천왕문.만세루.대웅보전이 일직선으로 배치된 것이 특이하다.이 절은 백제 위덕왕때 검단선사가 창건했다고 한다.창건 당시 이 절에 도둑이 들끓었다는데 검단선사가 이들에게 소금굽는 방법을 가르쳐 생계를 꾸려가도록 했다고 한다.
선운사의 장관은 대웅보전 앞에 서서 바라보는 동백숲이다.한창어우러지게 피는 4,5월에 이곳에 서면 마치 대웅보전이 꽃대궐을 두른듯 눈부시다.5천여평에 3천여그루의 동백나무가 빼곡이 들어차 있다.이 동백나무를 언제 심었는지는 분명 치 않다.나무밑동을 보아 짐작컨대 수령이 5백년은 됨직하다.4월말에서 5월이면 만개하는데 그때쯤이면 전국에서 상춘객들이 몰려든다.절에선이때를 맞춰 「동백연」이라는 동백제를 지낸다.이 자리에선 동백을 위한 시를 짓고,풍악을 울리며, 복분자술에 맘껏 취한다.
모양성은 고창읍 야트막한 언덕배기 장대봉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조선시대 이서구가 지은 호남가에 『고창성에 높이 앉아 나주평야를 바라보니』라는 대목이 나온다.읍성이지만 읍을 둘러싸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단종(1453년)때 왜적의 침 략을 막기 위해 쌓았다고 한다.비교적 크고 반듯반듯한 돌로 빈틈없이 잘 쌓은 이 성은 높이가 8,둘레가 1천8백80다.저승문이 열린다는 윤4월 초엿새와 스무엿샛날에는 고창은 물론 정읍.부안.장성.영광 등에서 성밟기를 하기 위해 아녀 자들까지 몰려와 장관을이룬다.돌을 머리에 이고 성 위를 도는 이 성밟기는 한바퀴 돌면 다리병이 낫고,두바퀴 돌면 무병장수,세바퀴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전설이 있다.
모양성 턱밑에는 신재효의 생가와 현대식 공연장인 동리국악당이있다.1812년 이 집에서 태어난 신재효는 춘향가.심청가.수궁가.흥보가.적벽가.변강쇠가 등 판소리 여섯마당의 가사를 정리하는 한편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특히 신재효는 3 5세 연하인 진채선을 은근하게 사랑했는데 소리를 가르칠 때는 되도록 정을 붙이지 않으려고 불을 끈채 멀리 떨어져 앉게 했다고 한다.고창읍내에서 선운사까지 40분간격으로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선운산도립공원안에는 산새도해수탕((0677 )61-0204).선운사동백탕(62-1560)이 유명해 여독을 풀기에 좋고,향토요리인풍천장어로는 산장식당(63-3434).조양회관(63-1300)등이 잘 알려진 곳이다.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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