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비판 = 방송 장악 음모’로 왜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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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왜곡논란에 대해 계속 무대응, 시간 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PD수첩이 한 것은 6월 24일, 7월 15일 두 차례의 해명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명백한 왜곡 번역을 ‘실수’‘의역’ ‘혼동’ 등으로 변명한 것뿐이다.

지난달 1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청자 사과 결정에 대해 PD수첩은 무대응 전략으로 나섰다. 내부적으로는 재심을 청구하고 행정 소송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방통심의위의 결정에 대해 방송사는 30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 기각시 행정소송을 할 수 있다.

검찰의 PD수첩 왜곡 논란 수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9일 검찰이 PD수첩에 대해 “인간광우병 감염 위험을 왜곡·과장해 방영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명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PD수첩은 응하지 않았다. MBC 차원의 공식 논평도 없었다. 오히려 PD수첩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형태 변호사는 1일 서울중앙지검까지 찾아와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PD수첩을 상대로 낸 정정 및 반론보도 청구소송에서 MBC는 지난달 31일 “잘못된 광우병 보도 내용에 대해 정정 및 반론을 보도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모든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가자는 것이다. 방통심의위, 법원의 판결을 거부하면서 법정싸움이라는 카드를 택한 것이다. 그저 지루한 시간 끌기와 법정공방만이 예상되는 구도다. “우리 보도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모든 문제 제기를 ‘정치탄압’ ‘방송 장악 음모’로만 돌리고 있다.

이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29일 ‘생방송 오늘 아침’의 인터뷰 왜곡 논란이 터졌다. “전·의경의 인권을 조명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취지를 밝히고 한 인터뷰를, 의경 복무를 거부하고 농성에 들어간 이길준 이경을 옹호하는 뉘앙스로 편집해 방송한 것이다. ‘전의경사랑시민모임’은 즉각 반발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키로 했다. 4일 오후 MBC 제작진을 만난 이 모임의 신찬영 회장은 “의도와 달리 인터뷰 내용을 끼워 넣은 것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끼워 넣기로 인한) 인터뷰의 왜곡 자체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제작진이 사과방송 문구라고 가져온 말 역시 변명에 불과한 것이라 도로 가져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서도 MBC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가 나오면 그를 수용할지를 생각하겠다”(이종현 책임CP)는 것이 전부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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