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버스추락사고로 줄초상난 마을-경기도 양평군 성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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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3일오후 발생한 남한강 버스 추락사고로 양평군강하면성덕리의 평화롭던 농촌인 성촌(聖村)마을이 초상집으로 변했다.4일까지 밝혀진 사망자 21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10명이 이 마을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양자(楊子)산과 남한강을 끼고있는 이 마을은 산좋고 물맑아 5년여동안 인기 TV드라마 전원일기의 촬영무대가 됐던 곳인데 지난달 말 전청와대 제1부속실장 장학로(張學魯)씨의 부정축재사건이 터지면서 이 마을이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했다 .張씨가 처남 명의로 위장매입한 양어장 「피쉬랜드」가 이 마을에 자리잡고있기 때문이었다.
이어 버스추락사고가 발생,줄초상이 나자 주민들은 『조상대대로농사를 지어온 1백60여가구가 오순도순 살아왔는데 張씨 사건으로 마을 이름이 구설수에 오르더니 액이 낀 것같다』고 풀이하고『액땜고사라도 지내야겠다』며 수군거리고 있다.
주민들은 한집 건너 곡소리가 터지는 참변에 침통한 표정으로 말문조차 막혀버렸다.
이번 사고로 며느리를 잃은 이 마을 최고령자 유모(1백세.성덕2리)씨는『6.25전쟁 중에도 희생자 한명 없었던 평화로운 마을이었는데 자신의 대(代)에 와서 큰 참변이 생겨 하늘이 원망스럽고 조상뵐 면목도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주민 이희석(李喜石.67)씨는 『앞으로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조상 대대로 3년에 한번씩 마을 중앙에 위치한 4백년된 나무 앞에서 벌이던 마을 굿을 정성껏 다시 모셔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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