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0년 기적의 역사 세계에 보여줄 기념물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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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2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4일 “건국 60주년을 기념해 후손들에게 성공적인 역사를 보이고,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지난 60년 역사를 자랑스럽게 보여줄 기념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전체회의에서 청와대가 이날 발표한 현대사박물관의 건립 취지를 직접 설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현대사박물관’이라는 말을 붙였지만, 명칭은 국민에게 공모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사업위의 김남조 민간위원장도 “더 세월이 지나면 흩어져 버릴지 모르는 귀중한 자료를 박물관에 잘 모으고 잘 챙겨 넣어 600년, 6000년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중앙일보는 건국 60주년 어젠다로서 “영욕은 있었어도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대한민국의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역사박물관을 세우자”는 주장을 했었다.

광화문 열린마당과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현대사박물관에 정부는 ‘기적의 역사관’이란 가칭을 일단 붙여놓았다. 이 대통령도 이날 “짧은 기간에 근대화와 민주화를 성취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적의 역사”라고 표현한 것처럼 국민에게 역사에 대한 긍지를 심자는 취지에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검토한 결과 현대사박물관을 짓는 것이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자는 본래 취지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17일 헌정회 임원들과의 만찬에서 “지난 60년 대한민국의 성취는 헌법의 토대 위에서 가능했으며, 우리 현대사는 헌법정신을 실현하는 성공의 역사”라고 말하는 등 현대사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해왔다. 또 역대 정권에서 현대사에 대한 재조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부끄럽고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크게 부각된 것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자주 안타까움을 표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건립될 박물관엔 근·현대사의 특정 주제를 3∼6개월 기획전시하는 특별전시장, 그림과 사료로 우리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상설전시장이 마련될 것”이라며 “그외에 사진 자료실과 영상물 상영관, 도서관 등도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건립 주무부서인 문화부 관계자는 “부지 선정에 따라 박물관의 성격이 좌우된다”며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부지를 선정한 후 TF팀을 구성해 구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물관을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구성할지 등에 대해선 현재로선 얘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현대사박물관 건립 문제가 공식적으로 부각된 것은 현 정부 들어서다. 전문가들끼리 사석에서 얘기해 왔으나 건국 60주년을 맞는 올해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현 정부 인수위 때 처음 거론됐고, 7월 초 당정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부지 문제가 나왔다.

글=서승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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