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 친인척일수록 엄정한 수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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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헌금 등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으나 사건 진상을 둘러싼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거액을 받은 경위와 돈의 사용처 등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데다 검찰 수사도 통상적인 사건 처리 절차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측은 “이번 사건은 단순 사기 사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 무관하며 대통령 내외가 김씨와 접촉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씨에게 돈을 건넨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지난 대선을 전후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그는 2003년 버스 운영체계 개편 문제로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을 수시로 만났다고 소개하면서 한 시사주간지에 이 대통령과 귀엣말을 나누는 사진을 제공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니 김 이사장이 여권 실세들과도 교분을 쌓았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김옥희씨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 한 달 전쯤부터 10여 차례나 대한노인회를 찾아가 김 이사장의 공천 추천을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김씨가 30억원이란 거액을 받은 뒤 대한노인회만 들락거렸다고 보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더구나 세상 물정을 알 만한 김 이사장이 대통령 부인의 ‘친언니’라는 말에 속아 선뜻 거액을 건넸겠는가.

검찰이 이 사건을 특수부나 선거사범 수사를 담당하는 공안부 대신 금융조세조사부에 맡긴 것을 두고서도 사건을 축소 수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수부와 공안부는 다른 사건을 수사 중이어서 불가피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지만 과거 유사한 사건 처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 이사장의 돌출발언을 염려해 그를 사기 사건의 피해자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려 한다는 시각마저 없지 않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정권 실세들의 개입 여부 등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땅에 떨어진 이 정권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