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공판서 드러난 강압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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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0년 쿠데타를 주도한 신군부는 최규하(崔圭夏)대통령 하야(下野)압력과 국회해산등으로 행정부.입법부를 짓밟은데 이어 대법원 재판에까지 개입,사법부를 철저히 유린한 것으로 재판과정서 드러났다.
1일 열린 12.12및 5.18사건 4차공판에서 검찰은 사법부 유린행위를 이들의 불법성을 입증하는 명확한 증거로 보고 15개 항목의 질문을 통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특히 이학봉(李鶴捧)당시 보안사 대공처장을 상대로 김재규(金載圭)씨의 대통령 시해사건 재판에서 소수 의견을 낸 양병호(梁炳晧)전 대법원판사를 불법연행,사직을 강요한 혐의를 물고 늘어졌다.
검찰수사 결과 李씨는 80년1월 梁대법원판사를 찾아가 자신을보안사 2인자라고 소개한 뒤 「김재규 사건」에 대한 피고인측 상고를 기각해달라고 압력을 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梁대법원판사는 그러나 80년5월 대법원에서 열린 「김재규 사건」상고심에서 다른 5명의 대법원판사와 함께 『이 사건은 내란목적 살인으로 볼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과감히 냈다.
그러자 보안사는 梁대법원판사를 서빙고 분실로 불법 연행,3일동안 감금하는등 만행을 통해 사법부를 유린했다.
梁대법원판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백열등 하나만 켜있는 4~5평 규모의 조사실에서 수사관이 번갈아가며 죄인 다루듯 소수의견을 내게 된 경위를 추궁했다.처음엔 매수하려 했으나 듣지않자사표를 강요했다.이틀 이상 버텼으나 이들이 「소 수의견을 낸 다른 판사들도 모두 사직서를 썼다」고 해 모든 것을 체념하고 사직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증언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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