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쟁점>프로그램 협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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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방송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KBS-1TV의 『열린 음악회』(책임PD 김승종,연출 김경식)와 『96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책임PD 최상식.곽명세,연출 진필홍)에 대해 사과명령을 내렸다.
방송위의 이날 중징계 이유는 KBS가 두 프로그램을 내보내면서 지난친 「간접광고」(협찬광고)를 했다는 데 있다.
『열린 음악회』의 경우 2002년 월드컵 한국유치를 위한 LA특별공연에서 진행자 장은영씨가 대한항공 로스앤젤레스 취항 25주년 기념행사를 언급하면서 조양호 사장과 홍보성 인터뷰를 했다.인터뷰 도중 무대 전면에 대한항공기의 이.착륙 장면과 비행장면이 소개됐다.확인 결과 KBS측은 대한항공으로부터 1백만달러를 제작비로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은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도 마찬가지였다.선발대회에 참가한 후보들은 협찬사인 LG패션과 쥬리아(JULIA)의 상호와 상표를 수차례 노출시켰다.
방송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서만도 간접광고는 2월까지 경고 9건.주의 20건에 달했다.그러나 부족한 방송위 인력으로지적해낸 수치인 점을 감안하면 그냥 묵인된 사례는 엄청나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방송가의 고질적인 폐단중 하나로 지적돼 왔던 간접광고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지난해 법제정이 추진됐던 통합방송법안에는 나름대로 규제 장치가 마련됐으나 정치적 이유로 법안이 폐기되는 바람에 현재 규제조항이 전무한 상태다.방송3사가 지난해 초 자율적으로 마련한 「텔레비전 협찬고지 방송기준」도 있으나 강제규정 이 아니어서 안지켜도 그만이라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단지 방송위원회가 광고 심의 규정을 근거로 간간이 징계를 내리고 있으나 엄격한 의미에선 규제를 무색케 할 정도로 간접광고는 범람하고 있다.은근슬쩍 화면 한쪽에 특정 상품을 알리는 장면을 끼워 넣거나 이미지 결합이라는 고난도의 지능 화된 간접광고까지 판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간접광고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아파트』의 경우 간접광고가 어느정도 지능화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여자화장품광고모델로 최근 주가가 치솟은 김지호는 특별한 이유없이 「립스틱 짙게 바르고」 섹시함을 부각시켰고 자신이 광고 했던 「가나초콜릿」을 선물로 받아든 채시라는 광고출연때의 포즈로 웃는 모습이 나왔다.
상품과 광고모델의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키는 「위력적인」 간접광고의 예다.
이같은 간접광고에 대해 방송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청자들은 『어려운 제작여건은 이해하지만 정도가 심한 것 아니냐』며비판하고 있다.
반면 방송사의 연출.제작을 맡고 있는 당사자들은 사안이 불거지면 『우리도 협찬없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론을 들고 나오고 있다.
열악한 제작현실을 내세우는 방송사의 현실론과 『공영방송에 걸맞지 않은 상업주의의 발로』라는 시청자측의 의견대립은 끝없는 줄다리기로 머무를 것인가.
우선 시급한 것은 통합방송법의 재추진과 더불어 방송위원회의 자체 징계및 방송의 공영성 강화를 통해 하나씩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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