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대종살리기>환경단체 '초록빛깔 사람들'의 자연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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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진 남해안 거제도.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이곳이지만 도로가 뚫리고 조선소.공장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숲이줄어들고 바다가 오염되고 있다.
개발바람속에서 거제도의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산하를 누비며 희귀 동.식물을 찾아내고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경남거제시 환경단체 「초록빛깔 사람들」의 회원이 바로 그들이다. 교사.직장인.상인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생태계 보전운동에 나선 것은 지금 회장인 조순만(趙淳萬.38.하청면하청리)씨가 지난해 3월 하청면덕곡리에서 고란초 군락지를 발견하면서부터.
해안도로를 따라 도로변 그늘진 바위틈에 자라난 고란초는 어린애들도 손을 뻗치면 금세 닿을 정도여서 특별한 보호책이 절실했다.고란초는 원래 충남부여 고란사 주변에 많았으나 그곳의 고란초는 관광객들 때문에 거의 멸종됐다는 얘기도 들은 터였다.
이 때문에 趙씨와 30여명의 회원들은 거제시와 환경부에 보호지역 지정을 요청하고 땅 임자를 설득해 동의를 얻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마침내 이곳을 환경부로부터 「특정 야생 동.
식물 보호지역」으로 지정받는,주민운동사상 드문 성과를 올렸다.
그 직후 바위벼랑을 따라 1백정도 보호망을 둘렀다.
고란초는 약에 쓰는 경우도 있지만 원래 청정(淸淨)의 상징이다.그 옛날 백제의 임금들은 고란사 맑은 물을 길어올 때마다 징표로 싱싱한 고란초잎 한장씩을 물에 띄워오도록 했다고 한다.
따라서 고란초가 사는 지역은 생태계 전체가 청정함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이다.
趙회장은 『고란초 보호지역 지정에 일조했다는 자부심보다 자생지가 알려지면서 이를 캐려는 사람들이 나타날까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한다.
회원들은 『국내 최대 고란초 군락지가 이곳에 있는 만큼 고란초를 이 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 종(種)으로 삼아 보호활동을 꾸준히 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회원들은 거제시에 공익 근무요원을 배치해 보호해줄것을 건의하는 한편 틈나는 대로 이곳을 둘러보고 있다.또 고란초 씨앗을 채취해 다른 지역에 번식시키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거제시(시장 曺相道)에서도 이같은 환경단체의 고란초 보호노력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시 관계자는 『우선 인근 주민을 환경감시원으로 위촉했다』며 『시 차원에서 고란초를 「깃대 종」으로 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초록빛깔 사람들」은 이와함께 지난해부터 거제도내 초.중.고교를 찾아 학생들을 상대로 수십차례 환경강연을 했고 방학중에는야외답사도 실시했다.
또 그림엽서를 만들어 거제도에 자생하는 아름다운 식물들을 널리 소개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거제=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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