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개국 정상 집합 ‘VVIP 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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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오후 W씨는 냐오차오(鳥巢:새 둥지)로 불리는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급파됐다. 개막식에 참가할 국가 원수들이 어떤 차량을 이용할지, 어느 호텔에서 몇 시에 출발할지를 점검했다. 또 주경기장의 어느 문을 통해 입장하고 퇴장할지, 좌석은 어디로 할지를 확정했다. 모든 동선을 분초 단위로 체크했다.

중국 외교부 전체가 건국(1949년)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귀빈 맞이에 비상이 걸렸다. 공항 영접부터 숙소 이동, 개막식 동선, 양자 회동, 경호 문제 등 신경 써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두 분도 아니고 90여 VIP에게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신다는 건 정말 엄청난 도전이자 시험대”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는 90여 개국 정상급 귀빈이 참석한다. 아프리카 20여 개국 정상이 추가 참석 의사를 밝혔다는 소문도 있지만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대변인은 “정상급 귀빈은 90여 명 선”이라고 밝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25명가량의 정상급 인사가 참석한 데 비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숫자다.

이명박 한국 대통령을 비롯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개막식 참석을 확정한 상태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90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웬만한 유엔 총회에서도 쉽지 않은 진풍경”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개막식에 초청받지 못하면 세계적 VIP가 아니지 않으냐”는 농담까지 나온다.

중국 외교부 측은 공항 영접이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본다. 귀빈이 집중적으로 도착하는 7일이 중요하다. 미·일·프랑스 등 24개국 귀빈이 이날 도착한다.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는 이날 평소보다 20% 늘어난 1500회의 항공기 착륙이 예정돼 있다.

정상들의 숙소론 차이나월드호텔(中國大飯店)이 지정됐지만 상당수 정상은 경호 문제를 내세워 별도 숙소에 묵을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계인 웨스틴호텔, 후쿠다 총리는 일본계 창푸궁(長福宮)호텔로 정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푸틴 총리 등은 자국 대사관저나 대사관에 묵을 것으로 알려진다.

귀빈들의 메인 이벤트는 개막식 참석이다. 귀빈석은 최대 300석이 지정돼 경호원들조차 접근할 수 없다.

개막식과는 별도로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 등 지도자들과의 양자 회동도 준비 중이다. 이들이 빠듯한 시간을 어떻게 쪼개 누구와 만날지도 관심이다. 베이징 주재 각국 대사관은 이제까지 자국 정부 지도자와의 면담 성사를 위해 물밑에서 경쟁을 벌였는데 이제 그 성적표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베이징=장세정·정용환 특파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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