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살아있다>十人十色의개성 풍년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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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대학 시절부터 화장품 케이스를 들고 뛰어다니며 무대 분장을 시작한지 벌써 16년이 지났다.때론 좌절하고 때론 기뻐하며 지내온 짧지 않은 이 시간 속에서 만난 수많은 예술인들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십인십색(十人十色)」이란 말이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도 조금만 살펴보면 제각기 독특한 개성들을 갖고 있다.그야말로 개성 풍년시대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내가 하는 분장사란 직업은 연기자 고유의 개성 외에 작품이 요구하는 성격을 분장이란 방법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니 나는 한 사람을 만나고도 현실속 개성과 작품속 개성의 두 인물을 접하며 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는 남들보다 족히 두배가 넘는 인물들을 만나는 셈인데 이 가운데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신비롭기만 하다.심지어 이미 성격이 정해진 작품속의 인물조차 똑같지 않으니 말이다.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를 보자.이 작품에는 장군 오셀로의 부관인 이야고가 등장,작품의 묘미를 더해주고 있다.우리는 이 인물을 간교한 성격의 소유자 정도로만 알고있다.하지만 그동안 무대 분장을 위해 이 이야고란 인물을 수십번씩 만나 보았지만 한번도 똑같은 이야고를 접해본 적이 없다면과연 믿을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이보다 더 신비로운 것은 그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다양한 생명력이다.연기자 고유의 개성과 작품속 인물의 개성이 만나 전혀 새로운 한 인물을 만들어내듯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도 이같은 현상을 여러 차례 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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