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100% 진 바둑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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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3국
[총보 (1~220)]
白.趙治勳 9단 黑.朴永訓 5단

시드도 얻지 못해 주최측 추천으로 대회에 참가했던 趙9단이 최후의 태클이 성공하며 12년 만에 세계대회 우승컵을 차지했다. 趙9단과 어이없이 우승컵을 날려버린 박영훈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가 쉴새없이 터졌다. 짧은 복기, 그리고 趙9단과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우승소감은.

"100% 진 바둑이었다."(그는 이 말을 몇번 반복했다)

-일본에선 최고였지만 세계무대에서는 부진했는데.

"행운이 따라주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대국에 임했다."

-결승전 상대인 박영훈은.

"전부터 바둑도 강하지만 사람도 훌륭하다고 느꼈는데 이번에 그 점을 재확인했다."

-목숨을 걸고 둔다는 趙9단의 바둑관은 지금도 유효한가.

"아니다. 전처럼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다. 우선 많이 지기 때문에…."

-바둑은 스포츠인가, 아니면 여전히 예도인가.

"내가 어렸을 때는 정신면이 크게 강조됐다. 그러나 짧은 시간으로 두는 세계기전이 많이 생겨나면서 스포츠적 요소가 강해졌다고 본다."

-한국에서 이창호9단 이후의 최강자가 될 사람을 꼽는다면.

"이세돌이다. 기질이 강하다."

-일본에서 다시 정상에 복귀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이번 우승을 계기로 다시 한번 분투하겠다."

승부는 이렇게 끝났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박영훈의 우승을 예측했다. 1대 1에서 맞이한 최종국에서도 박영훈의 승리가 결정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치훈에겐 숨겨둔 '한칼'이 있었다. 마지막 전쟁에 나가는 장수처럼 비장했던 조치훈9단의 모습은 언제까지나 기억에 남을 것이다. 220수 끝 백 불계승.

*내일부터는 왕위전이 연재됩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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