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탁구 기량 세계정상급-올림픽 아시아예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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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베일에 싸여있던 북한 여자탁구팀이 세계정상급의 기량을 지닌 것으로 드러났다.이에따라 중국 한나라만을 주요 목표로 훈련해온한국은 향후 계획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3년만에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여자팀은 당초 오랜 공백에 따른 실전경험 부족으로 한국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됐다.그러나 전원 10대로 구성된 김현희(16).김향미(16).두정실(17) 트리오는 한국.중국의 세계상위 랭커를 맞 아 과감한 공격과 완벽한 수비력을 구사하며 경기의 내용면에서는 오히려 앞서 양국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155㎝의 단신 왼손잡이 김현희는 양쪽 코너로 넘어오는 공을기다렸다가 강력한 손목힘을 이용해 맞받아치는 스매싱이 일품.또공을 몸 가까이 최대한 붙인 다음 휘감아올리는 드라이브와 포기하지 않는 근성까지 갖춰 올림픽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160㎝의 김향미도 세계랭킹 13위 치아윤핑(중국)을 맞아 막판 역전패했으나 김현희 못지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공을 탁구대 가까이 떨어뜨려 상대방에게 공격기회를 주지않는 한편 각도 깊은 백핸드 푸시로 대량 득점했다.김분식에 역전패한두종실(160㎝)은 아직 경기운영 능력이 미숙하나 범실없는 「완벽한」플레이를 구사한다.돌출러버로 공에 다양한 변화를 주는 한편 수비위주의 지구전으로 상대의 페이스를 흐트러뜨리며 역습을노린다. 이밖에 남자팀의 베테랑 김성희(31).최경섭(26)도과거 공격일변도의 고지식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한층 유연해진 모습을 보였다.두명 모두 끈질긴 랠리로 쉬운 공이 넘어올 때까지기다린뒤 역공해 주도권을 잡아나가는 작전이 인상적이었 다.
결국 상대적으로 북한을 얕잡아봤던 한국은 오는 7월 애틀랜타올림픽 본선에서 또 하나의 라이벌을 제쳐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지바=봉화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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