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지어 달리는 '김달자'…출근이 즐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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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달 초부터 매일 아침 두 차례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에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모여든다. 오전 6시와 7시 행주대교 방향으로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안전한 한강 자전거도로에 접어들 때까지 함께 이동하는 것이다.

경험 많은 베테랑이 앞에서 달리고 맨 뒤에는 깃발을 단 자전거가 따른다. 깃발에는 ‘김달자’라고 적혀 있다. ‘김포를 달리는 순박한 자전거’를 줄인 말이다. ‘김달자’는 자신들을 ‘바이크 버스’라고 부른다. 자전거가 합쳐져 버스처럼 함께 달리기 때문이다.

맨 앞의 리더가 도로 사정에 따라 두 손가락을 펴보이면 두 줄로, 한 손가락을 올리면 한 줄이 돼 달린다. 자전거가 줄지어 달리면 혼자 타는 것보다 눈에 잘 띄어 자동차 운전자들도 조심하게 된다.

매일 함께 출근하는 ‘김달자’는 적을 땐 네 명, 많을 땐 열 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한 사람인 이성복(46·김포시 고촌면 신곡리)씨는 오전 7시10분 김포 신곡사거리에서 합류한다.

이씨는 “2005년 회사를 쉴 정도로 심하게 아픈 다음 2006년 봄부터 건강을 위해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했는데 거의 중독이 됐다” 고 말했다. 행주대교를 지나 한강 자전거도로에 들어서면 버스는 자전거로 나눠지고 흩어진다.

◇자전거로 환경 살린다=조그마한 기업을 운영하는 이씨는 행주대교를 건너 고양시 토당동에 있는 회사로 출근한다. 서울 상도동에서 고양시로 출퇴근하다가 지난달 초 김포로 이사했다. 출퇴근 거리가 하루 58㎞에서 20㎞로 줄었지만 지난해 5월부터 자전거로 출퇴근한 거리는 9000㎞나 된다. 이씨는 자신의 자전거로 출퇴근한 거리를 매일처럼 ‘자전거로 CO2 다이어트 캠페인’ 사이트(http://co2diet.or.kr)에 올린다. 네이버 카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출사)’ 모임과 서울환경운동연합이 벌이는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줄이기 캠페인이다. ‘자출사’ 모임 회원은 최근 두 달 사이 17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불어났다.

◇송파구도 CO2 다이어트=서울 송파구도 이달 초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손잡고 매년 자전거로 CO2를 100t씩 줄이기로 협약했다. 김영순(59) 구청장도 6월 초 자전거 타기 연습을 시작했다. 김 구청장은 “내 또래 여자가 도시에서 자전거 타는 게 흔하지 않지만 자전거특별구로 지정된 구청장으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가 자전거 타기에 동참한 것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다. 5년 전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자전거교통문화팀을 만들었고, 이듬해인 2004년엔 자전거특별구로 지정됐다.구릉이 없는 평지라는 지역 특성도 한몫했다. 101.8㎞의 자전거도로를 확보한 송파구는 현재 네 곳에 자전거 무료대여소를 설치해 놓았다. 2월부터는 지하철 5호선 천호역과 풍납동 두 곳에 무인대여시스템(SPB : Songpa Public use Bike)을 시범 도입했다. 무선인식(RFID) 기술을 이용해 카드로 원하는 곳에서 자전거를 빌려 원하는 곳에 반납하는 제도다.

송파구는 300m 간격으로 322곳에 자전거 거치대를 만들고 구민(63만 명)의 10%인 6만 명을 회원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회원들은 연간 3만원만 내면 된다. 송파구 문훈기 자전거문화담당은 “무인대여 시스템 운영에는 30억~40억원이 필요한데, 민간 기업이 나서면 곧바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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