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下> 미분양 사태 건설사 책임도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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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분양이 쌓이는 것은 건설업체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2000년대 초반 분양시장 호경기를 타고 수요를 무시한 채 공급을 과다하게 늘리고, 고가의 배짱 분양을 한 게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지방 곳곳으로 대거 몰려갔다. 5월 말에 미분양이 각각 1만3000가구, 7000가구에 달하는 부산과 광주는 2006년 말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업체들은 2006년부터 올 7월까지 부산에 8만3000가구, 광주에는 5만7000가구를 쏟아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들 아파트가 입주하는 2010년께 주택보급률은 11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지방 분양시장이 괜찮았던 2004~2006년 건설업체들이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채 지방 대도시와 주변지역에 아파트를 무더기로 분양한 게 지금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업체들은 또 분양가를 크게 올려 수요자들이 발길을 끊도록 만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올 6월까지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95% 치솟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은 62%, 땅값은 40% 올랐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실질 소득이 줄었는데도 업체들이 이를 외면한 채 분양가를 높게 책정했다”며 “원가 절감 등을 통해 분양가를 소비자 눈높이에 다시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이 지나치게 주택사업에 치중하는 것도 문제다. 국내 전체 건설사업에서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5월 44%를 기록했다. 주택경기가 침체되면 곧바로 전체 건설업계가 위기를 맞는 구조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당장 ‘돈’이 되는 주택사업에 매달리면서 사업구조가 단순화됐다”며 “이러다 보니 주택시장 위축이 곧바로 업계의 위기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위기를 건설업계의 사업구조 다각화와 구조조정 등 체질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정부의 규제완화만 기다릴 게 아니라 업계도 분양가를 적정하게 책정하고, 시장 수요에 맞춰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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