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멋 + 남성미 ‘북실’수염을 휘날리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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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수염족’의 대두-.

남자들의 로망, 그리고 강한 남성미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수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수염은 소심한 이미지의 남성을 ‘포스’가 넘치는 반항아로, 또 평범한 미남을 섹시한 남성으로 변신시키는 데 큰 몫을 하기 때문이다. 전에는 수염이 ‘보기 안 좋다’ ‘깨끗하지 못하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남성이 수염을 무조건 깎았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조니 뎁·브래드 피트·데이비드 베컴 등 외국 스타를 비롯해 장동건·차승원·에릭 등 남자 연예인들이 남자다움을 표시하기 위해, 또는 트레이드 마크로 수염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수염은 많은 남성의 로망이 됐다. 급기야 벤처기업 CEO들을 비롯해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비즈니스맨들까지 수염을 기르게 됐고 바야흐로 2008 대한민국은 ‘수염족’의 세상이 됐다. 왜 요즘 남성들이 수염에 집착하는 것일까.

# 지저분함에서 스타일 상징으로

사실 수염은 남성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방송인 노홍철의 예를 보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 정신 없이 말을 쏟아냈던 그는 방송활동 초기 별다른 호감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곧 ‘노홍철=수염’이란 이미지가 그의 캐릭터로 굳어졌고, 이제 수염 없는 노홍철은 노홍철이 아닌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그는 또 수염을 큰 얼굴을 보완하는 ‘재료’로 사용한다. 수염은 그에게 더할 나위 없는 이미지 메이킹 통로다.

사실 수염은 고대사회 때부터 각별한 사회적 상징으로 작용했다. 왕과 귀족의 품위 있는 수염은 남성다움과 권력의 표시였다. 물론 중세엔 신에 대한 존경 차원에서 수도자들이 수염을 말끔히 깎았고, 절대군주들이 수염 기르기를 금지한 적도 있었지만 대체로 수염은 오랜 기간 권위의 상징이었다. 수염은 19~20세기 사회주의자들의 표식이 되기도 했다. 마르크스·레닌·카스트로·체 게바라 등이 대표적이다. 1960년대 히피족들의 수염은 반항과 반사회적 이미지로 해석됐다. 수염을 기르는 것 자체가 자유를 뜻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계급에 따라 수염의 모양을 달리하며 품위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수염은 1920년대 서구문물에 눈뜬 ‘모던 보이’가 등장하면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최근 메트로섹슈얼을 중심으로 자유와 개성, 그리고 성적 매력을 표현하는 대표적 상징이 되면서 다시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수염의 역사성

수많은 영웅의 일화 속에는 수염에 대한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많다. 정벌의 대왕이던 알렉산더는 부하들에게 턱수염을 깨끗하게 깎을 것을 명령했다. 적군들에게 수염을 잡힐 염려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반면 16대 미국 대통령 링컨과 2000년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인 앨 고어는 수염을 길러서 보다 친근한 이미지로 변신, 대중들의 인기를 모을 수 있었다. ‘찰리 채플린 수염’이라 불리는 코밑 수염은 본래 독재자 히틀러의 수염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카이저 수염’이란 별칭을 따로 받은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와 나폴레옹 3세의 독특한 코밑수염, 영화배우 R 콜먼의 이름을 딴 ‘콜먼 수염’ 등 각종 형태의 수염은 남성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의 하나로 자리 잡아왔다.

수염을 기르는 남성들의 심리는 시대와 유행에 따라 다르다. 과거 권위와 기득권의 상징이던 수염이 어느 순간 정반대로 자유와 반항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어떤 이에게는 개성의 상징이면서, 또 어떤 이에게는 보상 심리의 발로인 경우도 있다. 연예인들은 ‘나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차원에서 수염을 기르고, 정치가들은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라는 결단의 순간을 덥수룩한 수염으로 표출한다. 머리숱이 없어 고민하는 맨머리 남성들은 머리카락에 대한 열등감을 보상하려는 마음에서 수염을 기르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수염은 그야말로 패션아이템이다.

# 이렇게 길러야 멋지다

수염족들은 대체로 인기 연예인들의 수염 모양을 흉내 낸다. 그렇다고 누구나 다 영화 ‘헨콕’의 윌 스미스처럼 멋진 수염을 타고난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이 수염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얼굴에 어울리는 모양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콧수염의 경우 얼굴이 좁은 편이라면 각을 완만하게 한 삼각형의 포인트형 수염이 어울리고, 둥근 편이라면 수염 모양 역시 둥글게 깎는 라운드형이 보기 좋다. 얼굴이 각진 편이라면 사다리꼴 모양의 스퀘어형이 어울린다.

턱수염은 얼굴이 좁은 편일 경우 입술에서 아래턱 부분을 연결한 턱선에 따라 모양을 만들어주고, 둥근 얼굴인 경우에는 좁은 얼굴보다 짧게 한다. 입술과 아래턱의 중간쯤에서 시작해 아래턱까지 연결하고 턱 선에 따라 모양을 만들면 보기 좋다. 각진 얼굴은 둥근 얼굴보다 더 짧게 네모 모양으로 만들고 입술 끝과 아래턱까지 연결해 턱 선을 따라 모양을 만든다. 이 경우 수염의 끝을 옆에서 볼 때 얼굴 중심선에 맞추는 것이 요령이다. 모양을 내려면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무조건 덥수룩하게 기르는 것이 절대 미가 아니다. 수염을 기르려면 피부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묵은 각질이 쌓인다거나 수염이 피부 안으로 자랄 수 있다. 또 모공이 막히면서 뾰루지나 트러블이 생기고, 심하게는 모낭염의 원인이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세정과 묵은 각질 관리, 보습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수염이 난 부위에는 특히 더 신경을 써준다. 녹차 티백으로 팩을 하여 묵은 각질과 노폐물을 제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녹차에는 항염 효과도 있어서 트러블 방지에 효과적이다.

박수경 아모레퍼시픽 소비자미용연구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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