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로 前청와대 제1부속실장 부정축재비리사건 검찰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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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학로(張學魯)전청와대 제1부속실장 부정축재비리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張씨가 청탁을 알선하는 대가로 1억4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검찰은 자금추적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압수수색 대상 선정에서부터 미흡한 점이 많아 비리사실을 추가로 밝혀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검찰이 압수수색 대상을 張씨와 동거녀 김미자(金美子)씨의 예금계좌,金씨의 남동생 승한(勝韓).승룡(勝龍)씨 명의로 된 보험증권 3억원과 오빠 의륭(義隆)씨의 경기도양평 양어장 경락대금에 국한시키고 있다.
검찰은 ▶김미자씨의 목동 아파트 45평형(3억2천만원)과 쁘렝땅백화점 세비앙커피숍 구입자금 3억2천5백만원▶의륭씨의 홍천대명콘도 근처 논 2천4백67평 (7억원)▶승룡씨의 대현동 럭키아파트 32평형(2억2천만원)▶승호(勝浩)씨의 대현동 럭키아파트 32평형(2억2천만원)등의 자금출처 조사엔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러나 17억원에 이르는 이들 부동산은 대부분 張씨가 청와대에 들어간 뒤인 93년이후부터 구입한 것인데다 金씨 일가가 과거엔 다방.무허가 운전사등으로 생계를 꾸렸다는 주변의 증언에 비춰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또 승룡씨의 전 부인 백혜숙(白惠淑)씨가 『93년8월 금융실명제 실시전에 김미자씨의 부탁으로 세차례에 걸쳐 1억원을 돈세탁했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검찰의 확인작업이 요구된다.
白씨의 제보는 「박영민」이란 가명과 함께 돈세탁을 했던 구체적인 은행 지점까지 명시하고 있어 상당한 신빙성을 갖추고 있기때문이다.
반월공단에서 봉고차운전사로 일했다는 의륭씨가 93년10월 양평군 소재 유료 낚시터 「피쉬랜드」(시가 10억원)를 법원경매로 구입한 것에 대해서도 규명작업이 필요하다.
빈털터리로 알려진 승룡씨가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고 더욱이 원소유주 김창국(金昌國)씨에게 청와대를 들먹이며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張씨 개인 비리 차원에서 조속히 마무리 짓기를 희망하는 눈치이나 張씨 파문의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야권을 비롯한 일반여론은 검찰수사가 서둘러 봉합된 인상이 짙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수뢰사실추가 폭로계획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두 전직대통령까지 구속하며 개혁을 외치고 있는 사이 청와대 내부에서 대통령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제1부속실장이 부정한 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허탈감을 갖게한다. 문민정부의 개혁이미지가 훼손됨으로써 앞으로의 개혁진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張씨 사건은 개혁주체 내부에서 행해진 부패라는 점에서 우리사회의 부패구조가 얼마나 뿌리깊은지 새삼 일깨워줬고 아울러 부패척결과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를 생각케 하는등 큰 교훈을 던지고 있다.
신동재.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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