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올림픽축구예선전 위성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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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1일 밤 한국대 중국의 축구경기중계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답답함과 분노를 느껴야 했다.「답답함」은 한국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고,「분노」는 솔직히 속사정을 털어놓지않고 「현지위성차질」이란 상투적인 자막으로 시청 자들을 기만한중계방송사들의 안이한 태도 때문이었다.
이날 중계방송의 차질은 우선 현지의 폭우탓이었다.선수단과 심판진이 늦게 도착해 우리시간 밤9시로 예정됐던 경기가 밤10시로 1시간 늦춰졌다.방송사가 잡아놓은 위성중계는 밤11시까지 2시간.예정대로라면 연장전 없는 경기라 로스타임을 감안한다 해도 충분한 시간이었다.중계시간 차질이 예상되자 방송사들은 급히위성사용 연장을 신청했고 빈위성을 찾아 16분을 더 중계할 수있었다.여기까지는 기민한 대응이었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사정이었다.
밤11시15분,후반전 18분쯤 위성예약시간이 끝났고 더이상 현지생중계는 이뤄지지 않았다.KBS와 SBS측은 급히 자막을 내보냈다.「현재 위성관계로 중계방송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잠시 뒤 위성을 정상화할 때까지 시청자 여러분의 양 해바랍니다」(KBS1 밤11시16분),「위성사정이 좋아지는대로 정상으로 방송이 되도록 하겠습니다」(SBS 밤11시17분).그러나 이후33분간 중계는 이뤄지지 않았다.후반전 종료 2~3분전에야 화면이 정상화됐다.「잠시후」라는 자막을 믿고 마냥 기다렸던 시청자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SBS의 경우 현지 캐스터 손석기씨가 위성예약시간이 넘어 더이상 생중계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고있을 때도 자막은 곧 정상방송이 이뤄질 것처럼 처리됐고 KBS는 그나마 이같은 속사정을일언반구도 얘기하지 않았다.
게다가 KBS측은 전반전 장면을 다시 내보내면서 중계를 계속해 현지 캐스터의 상황설명과 그림이 전혀 맞지 않아 시청자들의혼란을 초래했다.또 화면이 나가지 않을 경우 보다 상세한 경기상황 중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잡았습니다.슛.
빗나갔습니다」는 식으로 화면이 나갈 때의 중계와 달라진 것이없어 가뜩이나 경기장면을 볼 수 없어 답답해하던 시청자들의 짜증을 부추기고 말았다.중계차질을 빚은 이유를 솔직히 설명하고 더이상 중계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면 대 부분의 시청자들이 이를 납득했을 것이다.그랬다면 급히 위성을 찾아 후반 마지막 2~3분이라도 내보낼수 있었던 방송사측의 기민한 노력도돋보였을 것이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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