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영화"은행나무침대"로 흥행 성공한 강제규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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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은행나무 침대』가 관객동원 35만명(서울 기준)을 넘어섰다.국산영화로는 모처럼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거기에다 비평적 평가도 괜찮은 편이다.강제규(34)감독으로서는 데뷔작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 魔)라고 좋지 않은 일도 있었다.직접 쓴 시나리오가 중국의 설화를 차용했다느니,원작자가 중국작가라는 등의 소문이 그것.강감독은 한마디로 부정했다.
『6년전 여관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였어요.침대를 거쳐간수많은 남녀들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면 재미있겠다 생각했어요.그게 시작이죠.』 강감독의 첫 구상은 몇가지 사랑의 패턴을 옴니버스로 꾸민 영화.그러나 때마침 옴니버스 스타일이 쏟아지는바람에 침대를 화자로 한 여자의 일생을 그린 드라마로 노선을 수정했다고.
『중국작가에게 이 줄거리를 주고 집필을 청탁했는데 마음에 안들어 폐기했어요.그리고나서 천년전의 과거가 삽입된 전혀 새로운얘기로 바꿨어요.그게 현재의 시나리오죠.』 『은행나무 침대』는시나리오에서 반쯤 먹고 들어갔다.사랑때문에 죽음에 이른 궁중악사와 공주의 사랑을 천년후로 연결시킨 발상만으로도 눈길을 끌만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강감독은 연출과정에서 아쉬움이 많았다고 한다.『과거부분이 예산때문에 많이 축소됐어요.그때문에 세 남녀가 왜 그토록 사랑에 집착하는지 설명이 부족해요.』 지방 명문고의 수재로 통했던 강감독은 「상상력의 절제를 요구하지 않는 영화의 자유로움에 매료돼」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으며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게임의 법칙』『누가 용의발톱을 보았는가』등이 그가 쓴 시나리 오.KBS-1TV 『바람은 불어도』에서 큰 며느리역을 맡고 있는 탤런트 박성미씨의 남편이기도 하다.
글=남재일.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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