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 내 몸에 맞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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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 SUV, 밴, 승합차 등 자동차에도 여러 종류가 있듯, 자전거 또한 마찬가지다. 무턱대고 자전거를 구입하러갔다가는 여러 가지로 놀라게 된다. 천차만별의 자전거 가격만 놀라운 것은 아니다. 간단하게는 바퀴 사이즈와 무게 등 꽤 구체적인 부분에서도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떤 용도’로 자전거를 이용할 것인지만 분명하다면 다른 조건들은 술술 맞춰지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자전거가 다녀야할 도로, 자전거의 용도, 남녀 차이, 휴대성, 가격 등을 고려하게 된다. 자전거의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하지만, 자전거 매니어가 아닌 이상 저렴한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산악용 자전거를 원한다면

먼저 자전거가 산길과 같은 거친 도로를 달려야 한다면 MTB가 적격이다. 바퀴가 굵고 림이 튼튼해야 하기 때문이다. 타이어가 돌 사이에 끼지 않아야 하며 충격에 의해 림이 휘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자전거 몸체를 구성하는 튜브들도 굵직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충격으로부터 라이더를 보호하기 위한 충격 여과장치를 튜브와 케스팅에 덧붙일 수도 있다. 자동차의 서스펜션을 생각하면 된다. 당연히 서스펜션을 갖춘 자전거는 없는 자전거보다 비싸다. 전자를 풀서스펜션(풀쇼크)MTB 라고 하고, 후자를 하드테일 MTB 라고 부른다. 보다 험준한 지형에는 풀서스펜션이 유리하다.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길 원하다면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는 하이브리드 MTB이다. 위의 MTB 보다 타이어도 얇고 약하며, 몸체를 이루는 튜브들도 싸이클처럼 가볍고 날렵하다. 멋진 MTB 의 모습이지만 도시주행에 알맞은 모양새다. 모양이 MTB라고 산길을 달렸다가는 금방 고장 나기 십상이다. SUV 자동차가 험난한 산악길보다는 2륜구동화로 도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이 된 것과 비슷한 원리다.

속도를 즐기고 싶다면

자전거가 속도를 내야한다면 몸체를 이루는 튜브의 재질부터 달라야 한다. 가벼워야하므로 탄소 혹은 알루미늄 소재로 날씬하고 날렵한 몸체라야 한다. 타이어 안에도 공기튜브가 아닌 튜블라 타이어를 쓰기도 한다. 림에 붙은 스포크도 몇 가닥 없어 가냘프게 보인다. 부품들이 주로 가벼움에 중점을 두었다. 우리가 흔히 싸이클이라고 알고 있는 로드바이크가 이 부류다. 부품을 이루는 재료도 흔한 철이 아닐뿐더러, 제조 시에 손이 많이 가는 자전거이므로 가격은 비싼 편이다. 때로는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모델도 있다.

자전거 일주를 하고 싶다면

물론 이 경우에도 하이브리드 MTB와 같은 종류가 있다. 싸이클로크로스 같은 모델은 MTB의 몸체에 각종 로드바이크의 부품을 섞은 것이다. 속도를 내기에도 좋지만 충격에도 강해 많은 이들이 편하게 쓴다. 자전거를 타고 장기 여행을 떠날 때에는 이 모델이 좋다. 자전거로 여행을 갈 때 고려해야할 중요한 요소는 수리의 용이성과 각종 짐을 얹을만한 충분한 공간이다. 따라서 위의 싸이클로크로스 보다 약간 더 여행성을 고려한 투어링바이크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모양만 보고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산책하듯 자전거를 타고 싶다면

중장년층의 여성들이 시장에서 장을 보기 위한 용도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일단 중년층의 여성은 몸을 앞으로 숙이는 MTB나 사이클은 불편하다. 앉은 자세에서 허리를 펴고 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험한 길을 달릴 필요도 없고 스피드를 낼 필요도 없다. 치마를 입고 편하게 타도 체인에 말려들어가지 않고 기름이 묻지 않도록 체인에 커버가 붙어 있는 것이 좋다. 물이 고인 곳을 지나도 옷에 물이 튀지 않도록 견고하게 생긴 흙받이도 앞뒤로 장착되기도 한다. 시장에서 산 가벼운 물건을 실을 수 있는 바구니를 달기도 한다. 일명 ‘마실용 자전거’다.

간편한 미니벨로도 인기

자전거를 자동차 트렁크에 넣고 다니거나 자전거를 들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면 미니벨로가 적합하다. 승용차 트렁크에 자전거를 넣으려면 자전거의 바퀴크기가 20인치를 넘으면 안 된다. 물론 승용차가 대형이라면 26인치 크기의 접히는 자전거도 들어갈 수 있지만 일반적인 승용차의 경우에는 20인치 이하의 모델이 적합하다. 또 승용차의 폭은 대체로 1미터 70을 넘지 않기 때문에 반으로 접히는 편이 용이하다. 물론 접히는 경첩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더 무겁다. 미니벨로의 무게는 9~15킬로그램 사이이다. 대체로 가벼운 재질일수록 가격도 많이 나간다. 미니벨로는 마실용 자전거만큼 귀엽고 깜찍한 모델이 많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미니벨로에 앞뒤쇽이 달려 나오는 경우도 있다. 미니벨로는 휴대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앞뒤쇽이 달려 나오는 경우 무게가 더 나가므로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tip: 그 밖에 자전거 액세서리도 유의하세요.

자전거를 고를 때는 안장과 브레이크, 후미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여성에게 딱딱한 안장은 좋지 않다. 반면에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에게 물컹한 안장은 에너지 소모적이며 속도도 잘 나지 않아 적합하지 않다. 전립선이 좋지 않는 남성은 안장 가운데 전립선 보호기능이 있는 안장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브레이크는 V-브레이크와 디스크 브레이크 두 종류가 시판되고 있는데 디스크브레이크가 제동력이 더 뛰어나다.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안전을 위해 디스크 브레이크가 더 좋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값비싼 디스크브레이크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안전을 위해 후미등은 꼭 달도록 하자. 아직 우리나라에는 자전거도로가 확보되지 않은 곳들이 많아 자동차도로의 갓길을 달리게 될 일도 때론 있기 때문이다.

객원기자 장치선 charity19@joongang.co.kr

사진자료: 삼천리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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