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가수 서지원.디제이덕 애국가 리메이크 취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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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일제 치하에서 안익태선생이 작곡한 애국가가 90년대 중반의 신세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고 있다.올해초 숨진 서지원(사진)의 유작음반에 애국가가 포함된 데 이어 디제이덕도 이달 발매예정인 『대한민국 만세』음반에 애국가를 담을 계 획.
서지원은 장중한 신시사이저 반주에 맞춰 다소 격정적인 감정을넣어 솔풍으로 편곡된 애국가를 불렀다.이 노래에는 중간에 이승만 초대대통령의 신년축하 메시지가 삽입돼 있고 후반부는 어린이중창단과 서지원의 합창으로 마무리된다.한국인으로 서의 자긍심과국토 사랑을 표현한 내용.자칫 군사정권 시절 음반 마지막트랙에삽입됐던 「건전가요」를 연상하기 쉽지만 곡 자체의 완성도가 높고 서지원의 해석도 뛰어나다.
애국가의 리메이크가 서지원의 2집에 수록된 것은 본인의 희망에 따른 것.그의 주변사람들은 『서지원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 당시 한인.흑인간 분쟁을 직접 겪었고 힘들 때마다 남 몰래애국가를 부르곤 했다』고 전한다.TV방송이 시작 될 때나 끝날때만 애국가를 들을 수 있는 고국의 현실을 접하고 애국가가 대중에게 더 친근한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자주 말했다는 것.
이 노래는 공륜의 사전심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부터 우여곡절을겪었다.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심의관계자들 사이에 애국가에 손을대면 안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으나 관계자들이 사전에 제출된 녹음을 들어본 뒤 『애국가의 품위유지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판단해 시중에 나올 수 있었던 것.
서지원에 이어 댄스 그룹 디 제이덕도 리듬 앤드 블루스로 편곡한 애국가를 녹음중이다.디제이덕의 애국가는 『독도는 우리땅』의 리메이크와 함께 한.일간의 독도분쟁에 때맞춰 기획된 『대한민국 만세』에 수록돼 22일 발매된다.
애국가의 대중가요화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상업가요로 변질시켜 애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면 안된다』는 불가론이 있는가하면 『예술활동의 소재에 금기가 있어서는 안되고 여기에는 애국가의 재해석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해외 팝 음악가중에는 국가를 편곡해 부르거나 연주한 사례가 많다.전설적인 기타의 명인 지미 헨드릭스가 대표적인 경우.그는 60년대 후반 우드스톡 축제와 버클리대학 공연 등에서월남전 반대 메시지를 담아 총성을 삽입하는 등으 로 미국국가 『스타 스팽글드 배너』를 심하게 왜곡해 연주,한때 의회에서 이를 문제삼기도 했다.
70년대 영국의 펑크록 밴드 섹스 피스톨스도 영국국가 『가드세이브 더 퀸』에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는 가사를 붙여 당시영국 대중의 절망과 자신들의 무정부주의적 성향을 표현했다.
반면 휘트니 휴스턴과 록밴드 퀸이 각각 발표한 미국.영국 국가에는 자신의 조국에 대한 예찬의 정서가 담겨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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