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 ‘청류 공자’ 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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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죽곡면 섬진강에서 김동진(72)씨가 낚시로 잡은 은어들.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죽어서 더 이상 못 먹는 것은 상관없지만, 상놈 입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무척 신분 차별적이긴 하지만, 옛적에 숨 넘어가던 양반이 고급스러운 은어 맛을 잊지 못하며 남긴 이야기라고 전해진다. ‘청류(淸流)의 귀공자’ ‘수중 공자’ ‘민물고기의 여왕’…. 맑은 물에서만 사는 은어를 지칭하는 표현들이다. 주둥이의 턱뼈가 은처럼 하얗기 때문에 ‘은구어(銀口魚)’라고도 부른다. 몸체는 가늘고 길며 옆으로 납작하다. 몸은 어두운 청록색을 띤 회색이며, 작은 비늘로 덮여 있다.

은어는 연어처럼 강에서 부화한 뒤 바다로 나가 겨울을 난 후 원래 태어난 곳으로 다시 올라와 산란하고 생을 마감하는 수명 1년의 모천회귀(母川回歸) 어종이다. 돌에 붙은 조류를 주로 먹고 자라 비린내가 없고, 수박이나 오이 냄새와 같이 은은한 향이 난다. 육질은 뻐세고 단단하다.

이른 봄 길이 5~7㎝가량 때 바다에서 올라온 게 요즘 한 뼘 이상까지 자랐다. 아미노산 중 단맛이 강한 글리신·프롤린의 함량이 증가해 요즘 맛이 한 해 중 가장 좋다. 은어잡이는 산란(9~10월) 전까지 이뤄진다.

31일 전남 강진군 석교 둔치에서 개막하는 탐진강 은어축제를 시작으로 경북 영덕군 오십천·봉화군 내성천, 강원도 양양군 남대천에서 은어축제가 잇따라 열린다. 은어가 서식하는 섬진강·탐진강·오십천·내성천·남대천·가곡천(강원 삼척)에는 별미를 맛보고 놀림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양식 은어는 식당 주인들이 사들이는 가격이 1㎏(12~13마리)에 2만원으로 마리당 2000원이 못 된다. 자연산은 한 마리에 7000~1만원 한다.

이해석·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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